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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코리아 2005] 기고

김철호 한국디자인진흥원장 '0.6초의 승부' 디자인에 달렸다


얼마 전 산업혁신포럼 참석차 방한한 세계적 석학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이 디지털에 이어 바이오산업에서도 빠르게 앞서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미래에 앞서가기 위해서는 서비스와 지식, 고객맞춤형 기술과 제품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러한 예측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빈번하게 행해졌지만,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ㆍ구체화 되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즉, 쌍방향의 정보교환이 가능한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서 기업 활동의 중심은 생산자에서 사용자로, 기능에서 감성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창조적인 디자인 역량이 글로벌 경쟁의 핵심요소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고객들은 제품을 통해 기업을 만나게 된다. 과거에는 제품의 기능과 생산에 비중을 두고 마케팅이 이뤄졌으며, 디자인은 단지 제품의 외관을 얼마나 보기 좋게 만드는가에 국한됐다. 그러나 고객의 가치기준이 감성 중시로 변하고 직관에 의지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디자인의 역할은 고객의 심리와 감성의 만족, 문화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로 확대되고 있다. 즉,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를 디자인 마니아라고 칭하는 미국의 경영학자 톰 피터스가 “진열대에 놓인 상품이 팔리기 위해서는 0.6초의 짧은 시간에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디자인의 역할변화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대응은 지난 8월8일자 ‘비즈니스위크’를 보면 잘 나타나 있다. 그동안 혁신을 주도해온 기업들이 디자인에 올인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는데, 생활용품 업체인 P&G와 세계적 제조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이 디자이너를 대거 채용하고 창의적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디자인 역량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P&G는 지난 5년간 수천명의 임원과 중간관리자를 해고했지만 디자인관련 직원은 4배나 늘렸으며, 디자이너가 중심이 되어 고객중심의 제품(스위퍼-물을 묻히지 않고 정전기를 이용해 먼지를 청소하는 제품, 미스터클린 매직리치-욕실전용청소기)을 개발해 2002년 이후 연평균 13%의 매출성장률을 달성했다. GE 역시 ‘상상력 약진 프로젝트’에 수많은 디자이너와 혁신가를 동원하여 80개 이상의 신제품을 개발, 작년 매출성장률을 14%나 높였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가격, 품질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을 찾게 됐으며, 양 기업의 CEO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따라잡을 수 있는 전략적인 수단으로 ‘디자인’을 택했던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민감한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삼성 혼이 담긴 베르사체급 명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경영진에 강력한 디자인 경영을 주문하고 나섰으며, LG전자도 ‘2007년 글로벌 톱디자인’을 선언하면서 ‘가장 잘 팔리고, 고급스럽고, 최초의 디자인’을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CEO의 의지는 과감한 투자로 이어지며,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후원에 힘입어 창조적인 환경에서 혁신적인 디자인을 개발하여 세계시장에 내놓음으로써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과 고객들의 마음을 선점하고 있으며, 결국 한국 디자인의 브랜드 가치 상승을 낳고 있다. 지난 3월 영국의 디자인 전문잡지로 유명한 아이콘(ICON)은 특집을 통해 전세계 가장 영향력있는 디자인 이슈 21가지를 선정하였는데, 국가로는 유일하게 한국을 포함시켰다. 그 이유로 정부의 강력한 디자인정책과 기업의 적극적인 디자인 투자 등을 들었다. 한국이 디자인 분야에서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짐으로써 한국제품, 문화 등 한국에 대한 이미지까지 동반상승하고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이라는 첨단기술과 새로운 문화가 우리 삶을 점점 더 편리하게 해준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감성까지 만족시켜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디자인이 주는 새로운 가치에 대해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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