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이 오른 녀석들이 계속 올라오는 거 보이죠?"
지난 9일 오후 동해 북방어로한계선과 불과 6km 남짓 떨어진 망망대해에서는 홍게잡이 배인 동해5호의 조업이 한창이었다. 이 배는 이마트가 현지 수산업체인 진수산과 사전 조업 계약을 맺은 70톤급 자가선단 세 척 가운데 한 척이다.
수심 1,600m 아래에서 배 위로 끌어올려지는 직경 1.5m의 통발에선 홍게들이 연신 쏟아졌다. 선원 김용복 씨는 "4일 째 조업 중인데 요즘 잡히는 홍게의 수율(살이 찬 정도)이 아주 좋다"면서 "통발을 걷어올릴 맛이 난다"며 웃어 보였다.
갓 잡은 홍게는 영상 1도로 유지되는 냉각센터로 보내진다. 14도 이하의 차가운 물에서 사는 홍게가 온도 변화로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냉각센터 물은 따로 구입한 심층수만 쓴다. 손동운 선장은 "널린 게 바닷물이지만 비용을 들여 심층수를 사용하는 것은 일반 물보다 2~3배 이상 게가 오래 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일 오전 9시 속초시 동명항 공판장 입구. 수북이 쌓인 싱싱한 홍게 주위로 중매인들과 수협 직원들이 몰려들었다. 수협 경매사가 '삐익~'호루라기를 불어 경매 시작을 알리자 중매인들이 저마다 희망구입가를 적어내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홍게 확보 전쟁'은 싱겁게 끝났다.
이 지역 홍게는 게살 특유의 단맛이 강하고 살이 많아 경상도 지역에서 잡히는 것보다 가격이 15%가량 더 비싼데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는 게 지역 상인들은 즐거운 푸념이다.
시장 가격 조사를 위해 원국희 이마트 수산 바이어도 경매를 참관했다. 이마트는 산지의 수협, 강원붉은대게통발협회와 연계해 강원도 속초 동명항에 단독으로 조업선 계류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전 계약을 맺은 진수산의 배는 수협 공판장이 아닌 이곳에 홍게를 하루 3,000마리씩 내려놓는다.
이마트는 350g 이상 홍게만 선별해 포장 작업을 한 뒤 전국 이마트 물류센터로 옮긴다. 물류센터는 이튿날 오전 6시께 전국 이마트 점포로 홍게를 배송한다. 홍게가 산지에서 이마트 판매대에 올라가기까지 채 하루도 안 걸리는 셈이다.
이마트는 이 홍게를 11일부터 마리당 4,980원에 판매한다. 국산 대게의 45% 수준이다.
이마트가 업계에서 처음으로 홍게를 상품화한 이유는 대게 금어기(6월초~11월말)에도 늘어나는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러시아산 대게를 팔았지만 현지 어획 쿼터제로 인해 원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상품성이 떨어진 반면 국산 홍게는 예년보다 수율은 좋아지면서 가격은 오르지 않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국희 바이어는 "요즘 잡아 올린 홍게는 게살 특유의 단맛 등 손색이 없어 현재 금어기 중인 국산 대게의 수요를 대신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