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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청년실업 동병상련

얼마 전 주재원으로 왔다가 미국에 터를 잡게 된 교민들의 모임에 참석할 기회를 가졌다. 좋은 직장을 포기하고 눌러앉게 된 것은 대부분 자녀들의 교육 때문이었다. 아이비리그 등 좋은 대학을 보낼 수 있었던 노하우가 대화의 중심 화제가 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내로라하는 좋은 대학을 나온 자녀들의 진로문제에서는 누구도 선뜻 말을 하지 못했다. 미국 학교의 졸업시즌을 맞아 심각한 청년실업문제에 대한 보도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한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 중 56%만이 직업을 가져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기 이전의 조사에서는 이 비율은 90%를 넘었다. 어렵게 직장을 잡았더라도 대우는 예전만 못하다. 지난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에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첫 연봉은 2만7,000달러로 2006~2008년 사이의 3만달러에 비해 10%가량 줄었다. 대졸자들이 저학력자들의 일자리로 밀고 들어가는 하향취업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화학과를 나와서 바텐더를 하고 이탈리아 문학을 전공한 학생이 월마트에서 바닥을 청소하는 일은 너무나 흔한 일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대졸자들의 하향취업은 저학력자들과 10대들을 고용시장에서 밀어내게 된다. 학자금 대출 등으로 쌓인 빚도 문제다. 대학 졸업자의 3분의2가 빚을 진 채로 사회에 나오고 있으며 평균 부채는 2만달러에 달한다. 전체 학자금 대출 빚이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물론 희망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수출호조 및 소비증가 등에 힘입어 미국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정보기술(IT) 기업, 회계법인 등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고용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취업 시장의 온기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의 25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여전히 20%를 웃돌고 있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주요국 가운데 12위로 떨어진 미국 대학 졸업 비율을 오는 2020년까지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연간 800만명의 대졸자들을 배출해 하이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금융위기의 그늘이 젊은이들의 앞날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에 그의 말이 선뜻 와 닿지 않는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청년실업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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