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실의 김성룡9단이 백74에 대하여 ‘일석삼조’라고 극찬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이창호는 웃으며 말했다. “저도 기분상으로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둔 수였어요.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더 좋은 수가 있었어요.” 참고도1의 백1로 타이트하게 지키는 것이 더 나았다는 얘기였다. 그 경우에 흑이 2로 두고 계속해서 6으로 삭감한다면 백7 이하 15로 공격하는 수단이 실전의 백74에 비하여 강력하게 된다. 그러므로 흑은 2나 6으로 다른 연구를 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그게 마땅치 않다는 설명이었다. 뤄시허는 백74가 지닌 허점을 정통으로 찔렀다. 흑81로 하나 응수를 묻고 83으로 붙여간 수순이 절묘했다. 계속해서 85로 젖힌 수가 맥점. 흑91까지의 절충은 일단 흑의 만족이다. 뤄시허는 여기서 대세를 낙관했던 듯하다. 흑93이라는 어중간한 수를 들고나온 것이었으니…. “중원의 세력을 강화시키면 충분하다는 생각인 모양인데 타법 치고는 걸레 타법입니다. 세력도 아니고 공격도 아니고 집짓기도 아닌 조잡한 착상이에요.” 사이버오로 검토실의 김성룡이 흑93, 95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참고도2의 흑1 이하 5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코스로 두었으면 계가 바둑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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