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의 한 관계자가 내뱉은 탄식이다. 정부가 서비스 선진화를 10여년째 외치며 보건ㆍ복지, 법률, 회계, 세무, 변리, 사업컨설팅, 디자인, 설계 등 고부가가치의 전문직 서비스업 간 융ㆍ복합을 독려해왔지만 결국은 기득권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그는 토로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의사·약사들이 밥그릇 챙기듯 해온 병원·약국 분야의 민간자본 진입장벽을 허물려는 시도는 가시화됐지만 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변호사·회계사·세무사·변리사 등의 제도 개선은 지지부진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직전에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를 지나와야 하는 탓이다. 법사위는 거의 대부분 율사 출신들로 꾸려져 상대적으로 법률 서비스 시장 개편에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건설산업이 단순 도급 수준을 벗어나 사업을 기획ㆍ설계하고 자금조달·시운전까지 일괄적으로 수행하는 원청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먼저 엔지니어링과 시공을 아우르는 선진 건설산업을 키워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업종융합을 독려하기는커녕 같은 부처 내 건설 부문과 건축 부문 간 이견을 내며 도리어 정책 엇박자를 초래하고 있다.
이들 자격사가 업역의 진입장벽을 허물어 서비스 산업의 빅뱅을 일으키려는 정부의 노력을 무산시킬 때마다 내세우는 명분은 한결같다. 바로 전문성이 업종 간 합종연횡으로 훼손되면 서비스 부실화와 안전사고 등이 잇따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서비스 부실화와 안전사고는 도리어 전문직 자격사들이 칸막이 규제에 기대 무사안일하게 시장을 독점한 탓에 생긴 것"이라며 "자본주의 선진국들은 한결같이 전문직 자격사의 독과점을 허물어 경쟁을 유도해 고부가ㆍ고품질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성공해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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