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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긴급진단]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 교수

"글로벌 자금 美서 이머징 마켓으로 이동"<br>美 집값 수년내 급락 가능성, 각국 달러자산 계속 줄일것<br>中등 신흥국이 세계경제 견인…美, 위안화 절상 요구는 합리적<br>한국 경제 선진국 진입 단계…한미FTA 서로에 '윈윈' 될것


“미국 금융시장에 몰려들었던 국제 유동성이 무역적자와 경기둔화 신호를 보이는 미국에서 빠져나와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으로 유입될 겁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글로벌 경제에 대한 비관론자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명성이 높지만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한국은 이미 신흥국가를 넘어 선진국 초입 단계에 도달했다”며 “향후 성장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지만 성장률은 정체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값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세금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정부 정책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세제강화보다는 금리정책을 통해 정책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합리적 기대가설에 반기를 들며 인간의 비이성적 행동이 시장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경제철학을 강조하는 실러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현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지구촌 주택시장이 급등했는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미국 주택시장은 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맞았습니다. 지난 100년간의 주택 관련 자료를 분석해보니 지금만큼 호황을 누린 적이 없었지요. 2000년 이후 미국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ㆍ유럽 등 글로벌 주택시장의 붐은 ‘전염병(contagion)’이 퍼져나가듯 보편적인 현상이 됐습니다. 부동산시장 ‘불패’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일반 대중의 비이성적 매수와 투기적 수요가 상승작용을 하면서 합리적인 가격 설정은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특정 지역의 집값이 오르면 다른 지역 주민들의 부동산투자 심리를 자극해 전지역의 주택 가격이 들썩이는 결과를 초래했지요. -앞으로 미국 주택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몇 년 안에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80년대 호황을 누렸던 일본 경제와 부동산시장이 90년대 이후 급락하면서 나타난 ‘부동산발(發) 경기침체’가 미국에서 재현될 수 있습니다.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지난 15년 동안 집값이 65%나 하락했습니다. 미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보다 더 혹독한 시련을 겪을 수도 있지요. -주택 가격 하락 속도가 문제겠군요. ▦통상 주택 가격은 급락하는 경향이 적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조정이 나타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중은 ‘집값이 급락했구나’ 하고 자각하게 되지요. 대중의 분석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격이 하락해도 단기간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주택 가격 급락은 없을 것이라며 자기암시를 하지요. 미국도 현재 주택 가격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중은 주택 가격 버블이 어떻게 진행돼왔는지 실감하게 될 겁니다. 한국도 전철을 밟을 것으로 봅니다. 한국도 지금 주택시장이 조정국면 초입에 들어섰는데 단기간에 주택 가격이 폭락하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집값이 떨어지는 경로를 밟을 것입니다. -주택시장 둔화가 미국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분명히 앞으로 수년간에 걸쳐 미국 주택시장은 지루한 조정을 받을 겁니다. 일본도 90년 부동산경기 정점 이후 경기침체를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경기침체(recession)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현시점에서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달러 가치가 힘을 잃고 있습니다. 달러화가 계속 떨어질까요. ▦달러의 방향성을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당분간 달러 가치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사상 최고에 달한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정책을 놓고 분석이 분분한데. ▦현상태에서 금리방향을 예단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FRB도 추가적인 경기 데이터에 의존해야 할 겁니다. 현상황에서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주택시장 둔화라는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FRB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너무 우려해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주택 가격 하락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전반적인 주택경기 침체도 앞당겨질 겁니다. -미국 채권금리도 상승전환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미 FRB가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따른 영향도 있지만 경기둔화 신호가 나타나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금리도 오름세로 돌아섰어요. 점점 미국이 리스크 프리미엄을 걱정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지요. -글로벌 경제전망은 어떻습니까. ▦글로벌 경제는 동시다발적인 주택경기 둔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조정의 정도가 심할 경우 ‘글로벌 침체(global recession)’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정 시점을 미리 언급하는 것은 어렵지만 분명히 침체 가능성이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 주체들은 미래의 특정 시점이 되면 주택 가격 하락을 실감하고 놀라게 될 겁니다. 전세계의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소비자 구매력도 하락하면서 경기침체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요. 91년 주택 가격 하락과 소비둔화로 글로벌 침체가 나타났는데 이번에도 91년과 같은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동력은 어느 국가가 될까요. ▦신흥국가들을 주목해야 합니다. 중국과 인도는 가파른 속도로 성장을 이어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겁니다. 앞으로 50년간 신흥국가들의 발전속도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지요. 한국은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고, 제가 만난 경제학 교수들과 국제금융 전문가들도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그리 염려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BRICs보다 앞선다고 볼 수 있지요. -미국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데요.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양국간 무역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는 ‘합리적(reasonable)’이라고 생각합니다. 통화도 상품과 마찬가지로 자유시장경제원리로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위안화 평가절상 여부와 속도에는 다분히 정치적인 역학관계가 작용하겠지요.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 의회에서 보호무역 기조를 외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세계 각국은 자유무역을 지향합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공생할 수 있는 길은 보호무역이 아니라 자유무역을 통해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는 것입니다. 미 의회의 입김으로 미국의 통상정책이 보호무역으로 흘러가는 것은 잘못입니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달러자산 다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십니까.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서서히 진행될 겁니다. 지금까지 미국이 세계 유동성을 흡수하는 블랙홀 역할을 했지만, 미국 경제의 성장탄력 둔화로 세계 중앙은행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것이지요. 미국의 무역적자와 달러 약세를 우려한 세계 중앙은행들이 달러표시 자산을 줄이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글로벌 자금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연합(EU)으로 몰릴 것으로 봅니다. EU 전체로는 여전히 경제 모델과 정부 부채 등 문제점이 많지만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 등 개별 국가들의 재정적자는 미국만큼 심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동안 안전자산 역할을 했던 미 국채의 매력이 떨어지고 그 자리를 유로 표시 채권이 채울 것입니다. 경기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화도 대체투자 대상으로 떠오를 것으로 봅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요. ▦10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자동차 산업이 일본에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노조문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 자동차 노조는 전투적이고 강경일변도의 투쟁방식을 고수하면서 회사와 마찰을 빚었고 이는 경쟁력을 상실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됐습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강성노조가 많은 북부지역을 떠나 남부지역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지요. 지금은 노조도 지난날의 투쟁형태가 자신들은 물론 회사경영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깨닫고 회사와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 경제로 화제를 돌려보지요. 한국 경제 전망은 어떻습니까.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경상수지 악화, 주택경기 둔화 등을 이유로 한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분석이 많습니다만, 저는 한국 경제에 대해 대단히 낙관적입니다.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경제발전 모델이고 성장동력도 여전히 튼튼합니다. 신흥국가가 아니라 선진국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면 경제 성장률이 정체되거나 둔화되는 시련은 겪을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부담을 늘리고 있는데.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세금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있고 금리인상을 통해 주택수요를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금부담과 금융권의 지나친 수요규제는 정책의 잦은 변화로 국민들의 신뢰감을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합니다. 금리정책으로 집값안정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금 워싱턴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7차 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협상 타결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인데요. ▦양국간 FTA 협상이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미 의회는 부시 대통령의 신속무역협상권(TPA) 연장 요구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FTA 협상으로 잃는 부문만을 강조하며 FTA 협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겁니다. FTA는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특정 산업에서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겁니다.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울 수 있도록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특정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정부 차원에서 이를 보상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FTA 협상 자체가 무산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한국 경제의 강점과 취약 부문은. ▦삼성ㆍ현대 등 제조업체들의 발전은 기적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너무나 경이적인 발전이지요. 금융 분야에서도 아시아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요. 무엇보다 한국인의 국민성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자기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하고 부지런하며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열망 등이 경제성장의 가장 큰 동력입니다. 다만 아시아 금융허브의 경쟁국인 싱가포르에 비하면 불리한 점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언어입니다. 싱가포르는 영어와 중국어 사용이 가능해 앞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더욱 확고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겁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외국인들에게는 언어장벽이 있는 게 사실이지요. 영어 비즈니스가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정부가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 경제는 이제 분배를 더욱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성장 일변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실러 교수는 누구
'세계 경제 움직이는 30인'에 뽑혀
그의 연구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이 주식ㆍ주택 등 금융시장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명제에 근거한다. 수요와 공급 때문에 인간들은 합리적으로 생각하며 이에 따라 시장은 균형을 찾아간다는 합리적 기대가설에 반기를 든다. 그는 지난 2000년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책에서 현재 가치에 비해 과대평가된 뉴욕증시의 호황 뒤에는 거품이 있어 폭락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고 이후 미 증시는 인터넷 거품 붕괴로 무너져 일약 국제금융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연구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 등과 함께 미국과 세계 경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대표적인 비관론자 3인방으로 통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5년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글렌 하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 등과 함께 실러 교수를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30인으로 선정했다. 2000년 미국 증시가 호황일 때 폭락 가능성을 경고했던 그는 현재 역사상 가장 큰 활황을 보이고 있는 미국 주택시장이 급락해 경기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 프로필 ▦46년 미국 미시간 출생 ▦67년 미시간대 학사 ▦7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박사 ▦80년~현재 전미경제연구소(NBER) 회원 ▦82년~현재 미 예일대 경제학 교수 ▦2005년 미국경제학회(AEA) 부회장 ▦저서:'새로운 금융질서-21세기의 위험(2003년)'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2000년)' '매크로마켓-거대한 경제의 위험 관리를 위한 제도창출(93년)' '시장변동성(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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