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던 은행 순이익이 드디어 큰 고비를 넘긴 걸까.
올 3ㆍ4분기 은행 순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수익성 악화라는 악몽에서 벗어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국이 연말에 대손충당금 부담을 줄여주고 은행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3ㆍ4분기에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은행의 수익성 개선 조짐이 뚜렷하다.
3ㆍ4분기에는 STX 사태 등으로 인한 충당금 기저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4ㆍ4분기에는 규제 당국이 건전성 고삐의 강도를 예년에 비해 조금 이완할 뜻을 밝히면서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계에서는 KB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순이익이 최대 6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은 지난해 7조7,000억원과 견주면 약 22% 줄어든 것이지만 상반기 순이익이 2조7,000억원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올해 연간 순이익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란 우려보다는 한결 나은 셈이다.
실제 시중은행의 수익성 개선 흐름은 3ㆍ4분기부터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은 직전 분기 대비 63%가량 증가한 3,7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3ㆍ4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127.1% 증가한 2,48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외환은행 역시 1,754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75.69% 성장했다.
이자 이익과 수수료 이익이 줄어드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산 건전성이 개선되며 대손충당금이 감소한 것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다른 금융지주도 은행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3ㆍ4분기 순이익이 한결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5일 실적을 내놓는 KB금융지주는 직전 분기 대비 154% 늘어난 4,16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도 다음달 1일 지난 분기보다 107%가량 증가한 3,071억원의 순이익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2ㆍ4분기에 5,553억원의 순이익을 발표했던 신한금융은 조금 줄어든 5,174억원이 예상됐다.
특히 저금리로 계속 하락했던 NIM이 일부 은행부터 상승 조짐을 보이는 점도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아직 NIM이 하락세이긴 하지만 낙폭이 미미하고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8월 NIM이 전월 대비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NIM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에 추가로 적용될 건전성 지도 계획이 없는 점도 실적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당국은 연말만 되면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지도해왔다. 이 때문에 은행의 4ㆍ4분기 실적은 전 분기보다 급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충당금 적립에 따른 실적 악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 관계자는 "연례 행사처럼 연말이면 건전성 감독을 빡빡하게 했지만 올해는 규제가 순차적으로 강화돼온 만큼 예년과는 조금 다를 것"이라며 "4ㆍ4분기 실적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 개선의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익의 핵심이라 할 이자 이익이 여전히 줄고 있고 이제 막 긴 터널을 벗어나 본격 반등한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시장 환경이 어려운 탓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올해 순이익은 현실적으로 1조원을 잡고 있다"며 "환율 효과, 충당금 환입 등 외부 효과로 실적이 나아졌지만 향후에도 이런 실적 개선 추세를 견인할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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