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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 淸이후 지위·여가 상징물로 토착화"

원기회복 약품이자 성유희의 필수품 자리잡아<br>국민당 시절엔 정부가 아편공급 '中 몰락' 부추겨<br>중국을 뒤흔든 아편의 역사/정양원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



15세기 초 명나라 중엽, 중국의 조공국 명단에 오른 국가들은 강력한 중화제국의 눈길을 끌기 위해 특이한 토산물로 아편을 고르기 시작했다. 명나라초까지만 해도 약으로 사용됐던 아편은 이때부터 황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성욕을 일으키는 미약(媚藥)으로 은밀하게 사용됐다. 급기야 20세기 초에는 찻집ㆍ식당은 물론 공원에도 흡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만큼 아편 흡연은 국가적인 여가 수단이자 대중문화로 자리잡았다. 싱가포르 국립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인 저자는 그 동안 정치와 연결된 제국주의의 산물로 바라본 아편을 중국의 사회ㆍ문화적 맥락에서 접근했다. 책은 아편 흡연의 토착화 과정을 탐구 해 낸 아편으로 본 근대 중국 문화사다. 저자는 15세기부터 20세기초까지 500여년간 의약품에서 사치품으로 바뀐 아편이 어떻게 널리 퍼지게 됐는지에 주목한다. "누가, 언제, 왜 아편을 피웠는지를 파악하지 않고는 아편 전쟁의 근본 문제와 원인이 무엇이며 전쟁이 근대 중국의 출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아편의 중국 토착화는 마약과 성 유희의 역사로 그 중심에는 고위 지식인과 관료들이 있었다. 명나라 9대 황제 효종(1487~1505) 시대에는 부패한 관리들에 의해 아편이 '미약'으로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방중술'과 '육보단' 등 이른바 성의 기교에 관한 연구와 탐닉이 명대에 번성했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아편이 중국 전역으로 펴진 것은 16세기 중엽에 도입된 담배의 영향이 컸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17세기 들어 중국의 노동자들에게도 보급될 만큼 담배가 일반화하면서 중국인들은 식습관을 허기를 달래는 차원이 아니라 취향의 맥락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같은 '피우는(煙) 문화'는 청으로 왕조가 교체되면서 확산돼 담배와 아편의 흡연은 지위와 여가 활동을 상징하게 된다. 10세기 중국 내에서 늘어나는 아편 경작은 가격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고, 최하층 사회 구성원들까지 아편에 손을 댈 수 있게 만들었다. 당시 중국인들에게 아편은 근육을 이완시키고 원기회복에 도움을 주는 약품이자, 욕망의 대상이며 필수품이 될 만큼 대중적으로 바뀌었다. 아편은 성의 상품화에 기름을 붓는 역할도 했다. 19세기 중국에서는 여자들과 아편을 흡연하는 것이 가장 고급 여가 중 하나로 여기면서 성매매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아편의 확산을 부채질한 또 다른 원인으로 저자는 중국인의 덕목 중 하나인 '체면'을 꼽았다. 아편을 흡연하는 부자와 권력자들이 하층민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면서 아편을 피운다는 것은 자신의 체면을 세우는 것이라고 여겼다. 저자는 격동의 시기인 국민당 시절(1911~1949)에는 아편의 상권에 주목한다. 상하이 시의회 등 정부가 아편을 공급하면서 중국을 가난한 나라로 만들었으며, 서구가 중국을 굴복시켜 몰락하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저자는 분석하면서 이 시기를 '아편정권(Opium Regimes)의 시대'로 부른다. 책은 아편이라는 렌즈를 통해 지난 500년간 중국의 문화ㆍ경제ㆍ정치 그리고 중국과 얽힌 국제관계의 진화과정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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