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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의 공룡'이라고 불리는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사진) 회장이 그룹의 중후장대사업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급속한 체질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신 회장의 롯데그룹 체질개선은 석유화학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 회장의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11일 롯데그룹의 석유화학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은 전남 여수시 중흥동 여수3공장 내에 신ㆍ증설한 나프타 분해설비(NCC)의 준공식을 열었다. 이번 증설을 통해 호남석유화학은 기존 LG화학과 여천NCC를 제치고 국내 에틸렌 생산 1위로 올라섰다. 에틸렌은 NCC에서 나오는 기초물질로, 에틸렌 생산량은 석유화학산업의 규모를 가늠하는 척도로 통한다.
호남석유화학이 공격적인 투자를 앞세워 단숨에 국내 유화업계의 선두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신동빈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신 회장이 그룹 경영에 참여하면서 꾸준히 추진해온 일은 그룹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였다. 선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내실을 다져놓은 식품과 유통사업에 석유화학과 금융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장착한 장본인은 신 회장이다.
특히 신 회장 부임 이후 석유화학사업은 유통과 함께 그룹의 양대 축으로 성장했다. 석유화학사업에 대한 신 회장의 애정은 각별하다. 사실 신 회장이 롯데그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곳은 당시 그룹의 주력이던 롯데제과나 롯데백화점이 아닌 호남석유화학이었다. 더욱이 신 회장이 지난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입사할 당시만 해도 석유화학은 그룹 내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하던 사업이었다. 하지만 호남석유화학은 2003년 현대석유화학 인수를 시작으로 2004년 케이피케미칼, 2010년 말레이시아의 최대 석유화학회사인 타이탄 등 굵직한 인수합병과 대규모 시설투자를 통해 덩치를 키워갔다.
그룹 매출에 있어서도 석유화학 부문의 성장은 눈에 띈다. 2001년 1조원대의 매출로 그룹 전체 매출의 6%에 불과했던 유화 부문은 지난해 16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그룹 내 매출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지난 10년간의 연평균 성장률은 32%에 달하며 같은 기간 그룹 전체 성장률 17%를 압도하고 있다. 이 같은 위상을 반영해 호남석유화학은 '롯데케미칼'로 사명을 바꾸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에 신ㆍ증설된 에틸렌 공장과 폴리에틸렌ㆍ폴리프로필렌 공장은 2010년 3월 착공, 약 2년간의 공사를 거쳐 완공된 것이다. 특히 1990년 처음 지어진 에틸렌 공장은 2000년 1차 증설과 이번 2차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이 초창기에 비해 290%나 늘어났다.
이로써 호남석유화학은 여수공장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기존 75만톤에서 100만톤으로 확대되면서 대산공장을 합쳐 연간 211만톤 생산체제를 구축, 국내 에틸렌 생산 1위로 올라서게 됐다. 아울러 폴리에틸렌 공장은 기존 38만톤에서 68만톤으로, 폴리프로필렌 공장은 기존 40만톤에서 70만톤으로 생산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대산공장을 더할 경우 폴리에틸렌(110만톤)과 폴리프로필렌(120만톤) 생산능력 역시 국내 1위 규모다.
특히 2010년 인수한 말레이시아의 '타이탄'을 포함하면 호남석유화학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283만톤으로 대만의 포모사(294만톤)에 이은 아시아 2위이자 세계 12위로 올라서게 된다.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역시 각각 연간 212만톤과 168만톤 생산체제를 구축, 세계 9위 수준의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호남석유화학은 국내 최초로 폴리에틸렌ㆍ폴리프로필렌 공장을 자체 기술로 설계, 건설한 노하우를 토대로 향후 우즈베키스탄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 기술 수출사업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호남석유화학의 한 관계자는 "이번 증설에 따른 생산능력 증대로 오는 2018년 매출 40조원이라는 목표 달성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며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로 중동과 중국의 신ㆍ증설에 선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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