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잇따라 신제품을 소송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양사의 특허공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다음달 6일 미국에서 열리는 1차 본안소송 최종 판결이 변수로 남아있긴 하지만 항소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다 소송대상 제품마저 확대되면서 양사의 특허소송은 예상대로 내년으로 해를 넘길 전망이다.
2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와 갤럭시S3 미니까지 특허소송에 추가하면서 양사가 올해 출시한 신제품은 모두 소송에 휘말렸다. 앞서 애플은 지난 2월에 갤럭시S2와 갤럭시 넥서스가 자사의 상용특허 8건을 침해했다며 특허소송을 제기했고 8월에는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까지 소송대상에 추가했다.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소송 카드를 꺼내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공세에 삼성전자도 맞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아이폰4S, 아이폰4, 뉴아이패드, 아이패드2가 통신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애플TV, 맥컴퓨터, 아이클라우드, 아이튠스 등 PC와 인터넷 서비스로 소송 대상에 4추가했다. 양측이 연이어 소송전을 확대하면서 이제는 소송 대상을 새로 찾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 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특허소송전과 별도로 물밑 협상을 벌여왔지만 로열티 지급 등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면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은 지난해 4월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의 갤럭시S∙갤럭시탭 등이 자사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이후 양측이 전 세계 10여국에서 30여건에 달하는 소송을 주고 받았다. 지난 8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에서 열린 1차 본안소송 배심원 평결에서 삼성전자는 10억5,000만달러를 애플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배심원 선정 과정에 등에서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음달 6일로 최종 판결이 연기됐다. 하지만 최종 판결에서 어느 한 쪽이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더라도 항소심이 남아 있기 때문에 장기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플이 끈질기게 특허공세의 고삐를 죄는 것은 삼성전자의 부상을 견제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삼성전자로부터 구입하는 부품 구매단가를 낮추려는 전략 때문이다. 지난 2009년까지만 스마트폰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워 지난해 부동의 1위였던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의 맹주로 등극했다. 지난 3∙4분기만 해도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두 배 많은 스마트폰을 팔았다.
애플이 이날 소송 대상에 새로 추가한 갤럭시노트2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장점을 합친 태블릿폰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애플이 가장 경계하는 제품이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단일 제품에 의존하는 데 비해 삼성전자는 크기와 성능을 다양화함으로써 재빠르게 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처음 선보인 갤럭시노트2는 최근 출시 두 달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500만대를 넘어섰다. 앞서 출시한 갤럭시노트는 500만대가 팔리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 영국의 IT 전문매체 모바일초이스는 갤럭시노트의 편의성과 성능 등에 만점을 부여하면서 "독창적이면서 훌륭하게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애플과 HTC가 특허협상을 맺으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가 않아 보인다"며 "어느 한 쪽이 결정적인 판결을 이끌어내지 이상 당분간 양측의 소송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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