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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금요일'이 앞당긴 '저우 풋'… 추가 부양책도 이어질 듯

■ 中, 10년만에 기준금리·지준율 동시인하


인민銀 '돈맥경화' 해소 강한 의지
예상보다 빠른 거품붕괴 우려에 시장 예상 뛰어넘은 파격 카드
"증시 패닉 막아" "주가 더 하락"
당장 약발 먹힐지는 의견 분분
돈 풀어도 소비 등 반등 기미 없어
지준율·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와 지급준비율 동시 인하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는 7월 초로 예정된 중국 기업들의 실적보고서나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이 발표된 후 금리나 지준율을 건드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시기를 훨씬 앞당긴데다 두 가지 조치를 동시에 내놓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상황이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중국 정부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26일 7%가 넘는 증시 폭락이 결단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시가 산업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중국 정부의 판단과 달리 예상보다 빨리 거품이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거품 붕괴가 자칫 경제 전체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강도 대응으로 이어진 셈이다.

인민은행은 일단 이번 조치가 단기부양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계획에 따른 조치일 뿐 증시폭락 등이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마쥔 인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는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 금융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며 "통상 금리와 지준율 인하 효과가 6~9개월 걸리는 만큼 지난해부터 이어진 조치들의 실질적인 효과가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번 조치가 당장 거품 붕괴에 직면한 중국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의 기대와 달리 이번 조치가 오히려 거품만 더 키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년 만에 꺼낸 카드, 약발 먹힐까=인민은행의 금리ㆍ지준율 동시 인하는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세계적으로도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수단을 동시에 내놓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저우 풋'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과거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987년 뉴욕증시가 폭락한 블랙먼데이 이후 금리를 수차례 인하하며 자산가격 하락 위험을 피한 '그린스펀 풋'을 빗댄 것이다. 양적완화를 실시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버냉키 풋',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구로다 풋' 등에 이어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의 저우 풋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저우 풋이 당장 시장에 먹힐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셴장광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대응이 아니었으면 월요일 중국 증시는 패닉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한 반면 리다샤오 잉다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물경제에 도움을 주겠지만 고평가된 주식의 하락세를 막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동시 인하는 자충수?=금리와 지준율 동시 인하는 인민은행이 스스로 판 함정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인민은행은 최근 추가 완화정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신호를 꾸준히 보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이런 태도는 투자자들에게 인민은행의 기존 통화정책 방향이 변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주며 증시 폭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주 인민은행은 만기 도래한 시중은행의 단기대출을 차환하지 않는 방식으로 약 3,000억위안의 유동성을 흡수했다. 은행 단기자금이 증권사로 흘러 들어가 다시 주식시장의 신용융자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시장이 불안해지자 25일 인민은행은 두 달 만에 350억위안 규모의 역RP를 통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 했다. 역RP란 중앙은행이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다시 매각하겠다는 조건으로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다. 시장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26일 증시폭락 당시에도 인민은행은 3개월 만기 자금 1,300억위안을 차환하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해 사력을 다했다. 물론 인민은행도 기업 금융비용을 줄여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유동성 확대의 목적이 증시 과열로 변질된 상황에서 단기자금을 거둬들이고 장기자금을 푸는 이중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미 과열상태에 진입한 중국 증시는 작은 변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추가 경기부양책 잇따를 듯=인민은행은 이번 조치로 '돈맥경화' 현상을 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마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이은 금리 인하에도 시중금리가 내려가지 않아 중소기업 등에 돈이 돌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말부터 인민은행이 금리와 지준율을 인하하며 돈을 풀었지만 자금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과 증시 등 일부에만 돈이 돌 뿐 정작 경기부양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업 부문으로는 돈이 흘러 들어가지 않고 있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유동성을 푼 만큼 소비가 창출돼야 하는데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5월까지 2%를 밑돌며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라면 GDP 성장률이 당초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7% 아래서 고착될 분위기다. 사회과학원 재정전력연구원은 최근 거시경제 상황 보고에서 상반기 성장률을 6.96%, 물가상승률을 1.3%로 예측했다. 성장률을 당초 전망치보다 0.13포인트 올렸지만 제조업이 생산과잉 상태이고 수출·수입 모두 둔화되는 상황이어서 달성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불룸버그는 저우 풋이 끝이 아닌 만큼 추가 경기부양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잇따른 인하조치에도 중국의 기준금리와 지준율은 국제적 기준에서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만 SC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와 지준율 동시 인하는 경기부양에 대한 저우 총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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