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ㆍ모바일 솔루션 전문업체 가비아는 올초 개발직원을 선발해 직접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 프로그램은 신입사원을 채용해 1년간 교육을 시켜 실무에 배치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교육기간 중 임금은 인턴 기준으로 지급하지만 가비아는 정규직의 임금을 지불했음은 물론 교육비용까지 전부 제공했다. 양은희 가비아 대리는 "최근 모바일 분야가 뜨면서 숙련된 개발직원을 뽑는 일이 쉽지 않은데다 몸값마저 오른 상태"라며 "필요한 사람을 뽑아 직접 양성, 배치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가비아는 그러나 애초 20여명 규모로 운영하려던 프로그램을 현재 6명으로 줄여 진행하고있다. 좋은 조건에도 개발자를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분야가 최근 다시 부흥기를 맞으면서 실력 있는 개발인력에 대한 벤처업계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보상수준의 한계와 우수 개발인력의 중소기업 기피 경향, 대기업의 개발자 채용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중기업계는 우수 인력 확보에 애를 먹는 상황이다. 개발자 수요가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벤처 창업 열기가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지난 4월 신설법인 수는 5,583개로 월별 기준으로 200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벤처 인증 기업 수 역시 5월 말 기준 2만6,713개로 지난해 초 2만개를 돌파한 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포털업계 등 기존 탄탄했던 시장구조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며 "예비 창업자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고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인력 확보 경쟁에서 한 발 비켜 있던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서는 것도 수요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삼성과 LG 등 휴대폰업체에서 스마트폰을 만들고 어플리케이션 호환성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관련 연구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한 벤처기업 사장은 "과거 웹 및 모바일 개발인력은 대부분 벤처기업과 인터넷 포털업체에서만 채용했지만 최근에는 대기업은 물론 통신사에서도 영입에 나서고 있다"며 "그래서인지 우수 개발자가 대기업으로 많이 옮겨가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맞춰 개발자들이 모바일 등 최근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로 전공을 갈아타면서 일종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웹페이지 제작 언어로 주로 쓰던 PHP언어의 경우 개발자들이 최근 모바일로 이직하면서 이 분야 개발자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PHP개발자 채용매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PHP스쿨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이 채용을 원해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청 회사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해 제공할 수 있는 금전적 보상이 적기 때문에 필요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연봉차이가 크고 수당이나 퇴직금 지급이 어려운 경우가 벤처업계의 현실이다. 비트스쿨에서 개발자 교육을 받고 있는 한 예비 프로그래머는 "개발자는 어느 기업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빈부차가 심하게 나 이미 취업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면 이직조차 어려워 어떻게든 시작부터 대기업ㆍ중견기업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벤처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오랜 기간을 투자해 경영자가 신뢰와 비전을 제공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소셜커머스 분야에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폰모아나 소셜데이팅업체인 이음의 경우 아예 창업 지원을 보상으로 내걸어 우수 개발자를 영입하기도 했다. 개발자가 창업에 관심이 있을 경우 창업을 위한 자금조달 등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 실질적 보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석흔 본엘제스 이사는 "경영진이 개발자를 하나의 기능적 수단으로 접근해서는 벤처기업에서 우수한 개발인력을 확보하기가 힘들다"며 "오랜 시간 신뢰를 쌓고 함께 성장한다는 비전을 제시해주는 게 가장 현실적인 개발인재 확보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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