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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오 신지는 5분쯤 고민하다가 슬그머니 흑89로 물러섰다. 백은 기세좋게 백90, 92로 터져 나왔고 흑이 93으로 지키는 바둑이 되었는데 백94로 어깨를 짚어간 수가 대세점이 되어 흑의 중원작전은 상당히 제약을 받게 되었다. 흑89로 물러서지 않고 강경하게 두면 어떻게 될까. 참고도1의 흑1, 3이 그것인데 백은 4로 내려서서 버티게 된다. 흑은 5로 따내고 버티는 수밖에 없는데 백6 이하 14로 반격하는 수가 성립된다. 계속되는 외길 수순이 참고도2의 흑1 이하 11이다. 한수 늘어진 패가 나는데 흑의 안방 아랫목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이렇게 큰 사건이 일어난다면 바둑은 단명국으로 끝날 것이 뻔하다. 실전보의 93으로 97의 자리쯤에 지키는 수는 없을까. 그것이면 백이 역으로 93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기착점인 흑85와 89가 일방적으로 쫓기게 되므로 흑이 견디기 어렵다.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어. 원래는 중원에 흑이 상당히 큰 집을 기약할 수 있는 바둑이었는데 지금은 고작 10여집밖에 기대할 수가 없게 되고 말았어.”(나카노) “맞아요. 백92로 두텁게 연결한 수가 백의 좌변 진영을 지키는 구실을 하고 있어요.”(하네) 검토실에서는 백의 역전 무드라고 말하는 기사가 많았다. 그러나 다카오 신지는 미세하지만 아직 흑이 남는다고 믿고 있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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