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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의 강세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엔화의 가치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부품 등의 수입이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엔화 가치 하락이 수입의 부담을 덜어주겠지만 수출기업에는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대일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뿐더러 세계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수출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일본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ㆍ기계ㆍ가전 등의 타격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이런 이유다.
원화의 가치 상승에다 유럽 위기와 중동의 정세 불안으로 가뜩이나 수출의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엔저'마저 나타나 수출기업은 '삼중고'의 상황에 부닥친 상황이다.
22일 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이 80엔을 돌파했다. 불과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부각돼 강세기조를 이어가던 것이 최근에는 흐름이 바뀌었다. 수출감소,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등 일본의 경기상황이 좋지 않아 엔화의 약세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때문에 엔화 가치는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떨어져 엔ㆍ달러 환율 80엔도 뚫었는데 이는 지난해 7월11일 이후 7개월 만이기도 하다.
엔화의 약세는 엔화 대출이 많은 기업이나 대일 수입이 많은 기업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엔고로 수입단가가 높아진데다 상환해야 할 엔화의 대출금액도 높아져 그간 일부 업계는 상당히 고전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엔화 약세는 수입단가를 떨어트려 대일 무역수지의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엔화약세가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을 늘려야 하는 국내의 경제구조에서는 엔화 약세가 아무래도 부담이다. 일본은 우리에게는 3대 교역 상대국이고 세계 시장에서 수출 경쟁관계에 있는 부문이 많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일 간 무역경합도는 지난 2010년 0.56에 이른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세계경제 성장의 둔화와 엔화 약세로 국내 수출은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ㆍ기계ㆍ가전 등의 업종에서 받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화 가치가 80엔대가 돼도 우리 기업들에 치명적인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품질 등 경쟁력 자체가 강해져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화의 약세로 수출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이외 일본 투자자금이 유출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일본의 국내 주식ㆍ채권시장 투자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달 한국 주식시장에서 758억원을 순매수했고 채권시장에서는 117억원을 순유출됐다.
엔화의 약세는 더욱이 일본인의 입국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환율 부담 때문에 해외여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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