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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매수기반 급속약화
입력1999-12-30 00:00:00
수정
1999.12.30 00:00:00
정명수 기자
채권매매의 주력인 투신·은행신탁은 개점휴업 상태인데다 신탁상품의 수탁금액까지 급격히 떨어져 채권시장의 매수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29일 현재 은행금전신탁 규모는 117조2,400억원으로 대우사태 직전인 7월 초보다 15.8%나 줄었으며 투신사 공사채 수탁규모도 130조8,300억원으로 40.5%나 감소했다. 채권거래를 주도해야 할 투신·은행이 채권을 팔기만 할 뿐 매입할 수는 없는 처지가 되면서 시장 기능이 마비된 것이다. 은행권은 연말 BIS비율 때문에 채권딜링을 중단한 지 오래고 투신사들도 내년 2월8일 대우채 95% 환매에 대비, 채권을 내다팔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채안기금이 개입, 회사채 금리와 국고채 금리가 한자릿수에 묶여 있지만 하루 채권 거래량은 300억원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경과물 회사채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LG증권 관계자는 『경과물 회사채의 경우 시가평가 기준표상의 금리보다 0.5%포인트를 얹어줘도 사겠다는 기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일부 채권브로커들은 「국민연금이 채권 매수를 늘린다」거나 「정보통신부가 체신금융 자금으로 시장에 뛰어든다」는 식의 루머를 흘려 금리선물로 이익을 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도로공사채 입찰에서는 입찰 참가 기관들이 대부분 10%대 금리를 써내 공사채 금리가 회사채 금리를 웃도는 기형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정부의 인위적인 금리압박과 채권시장 기능 마비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오히려 금리상승 압력이 누적돼 통제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창석(吳昌錫) 증권연구원 박사는 『금리 리스크가 올라가면 채안기금을 통해 채권을 사들인 은행의 부실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라며 『2월 대우채 환매, 4월 총선 이후 자금이동, 6월 말 채권시가평가 등 금리불안 요소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시장기능이 회복되지 않으면 고비 때마다 자금시장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급등은 우선 주식시장을 강타, 주가폭락으로 이어지고 은행권도 대규모 채권평가손을 입게 된다.
이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채권시장 기능이 회복돼 시장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적정금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채권수요 기반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 금융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투신 공사채 수탁규모는 100조원, 은행신탁 규모는 60조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신탁상품의 공백을 대체할 채권투자 상품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투기등급 채권투자용 하이일드펀드도 당초 연말까지 7조원 정도 판매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 판매량은 4조원을 겨우 넘겼다. 내년 2월 채안기금이 해체되면 채권시장의 매수공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채안기금 관계자는 『채안기금이 활동하면서 투신권에서 이탈한 자금이 은행권으로 이동했지만 기금해체 이후에는 시장기능에 따라 자금이 이동해야 한다』며 『투신상품이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은행금리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 투신권의 체력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소의 금리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시장이 원하는 수준까지 금리가 올라야 채권매매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금융전문가들은 올해는 채권투자에서 이탈한 자금이 주식시장·유상증자 등으로 이동했지만 내년부터는 부동산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명수기자ILIGHT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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