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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다가오는 연말…가짜 양주와의 전쟁

■ '뛰는' 가짜 양주 위에 '나는' 위조 방지기술<br>소비자 83% "못믿겠다" 본인이 직접 뚜껑 따야 안심<br>국내 中企 '트리플 키퍼' 특허 中등 해외수출 적극 추진

주로 유흥주점에서 이루어지는 가짜 양주 제조하는 모습

진짜와 구분하기 힘든 가짜 양주들.

주류유통정보시스템

지난해 연말 서울 강남의 한 유흥가. 들뜬 분위기 속에 거리는 취객들과 이들을 노리는 호객꾼들로 넘쳐난다. 이 때 그들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눈동자들이 있다. 가짜 양주 단속을 담당하는 국세청 소비세과 직원들이다. 취객만 노려 가짜 양주를 판매한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 경찰과 함께 잠복근무중이다. 행여나 호객꾼들이 눈치 챌까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주로 입을 헹군 뒤 취객으로 가장해 그들에게 접근한다. 결국 지하의 어두컴컴한 주점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 양주 몇 병이 테이블 위로 올라오고 병과 뚜껑의 일련번호가 서로 맞지 않는 가짜 양주임을 확인하는 순간 상황은 종료된다. 황대철 국세청 사무관은 "가짜 양주의 제조 및 판매책들은 대체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주로 제보에 의존해 적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시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종 송년회 모임 등 술자리는 더욱 잦아지게 마련이다. 소주부터 맥주, 양주, 와인, 막걸리에 이르기까지 종목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술자리는 다음날 '숙취의 고통'이 사라질 때까지 긴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똑같이 마신 술 가운데 유독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건 단연 양주. 누구나 한 번쯤은 지긋지긋한 숙취의 정체가 분명 어제 가짜 양주를 마셨기 때문이라고 의심해본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뿌리깊은 불신 덕분(?)에 국내 위스키업체의 위조주 방지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지에 올라 있다. 연말 연시를 앞두고 최첨단 위조방지기술로 중무장한 위스키업체의 견고한 '방패'와 위조방지장치의 빈틈을 호시탐탐 노리는 가짜 양주 제조범들의 '창'이 겨루는 한판 승부의 계절이 시작됐다. ◇가짜 양주 시장 규모= 국세청과 위스키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주 시장의 규모는 약 1조1,000억~1조2,000억원(출고가 기준). 500ml 병으로 환산하면 무려 6,000만병에 달한다. 이 중 가짜 양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유통량의 0.009%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004년 가짜 양주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국세청에 적발된 가짜 양주 제조 ㆍ판매 건수는 모두 합쳐봐야 24건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가짜 양주의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때 실제 가짜 양주 시장 규모는 이보다 더 클 수도 있겠지만 최대 0.1% 수준은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런데도 한 국내 위스키업체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83%가 술을 마실 때 가짜 양주로 의심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올해 국세청 기술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한 가짜 양주는 총 110건, 가짜 술로 판명된 경우는 단 3건에 그쳤다. 국세청 기술연구소 분석감정과 김용준 연구관은 "사람들은 보통 양주를 마신 다음날 몸 상태가 불편하면 가짜 술로 의심하지만 실제 감정 결과 가짜 양주로 판명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언론을 통해 종종 보도되는 가짜 양주 적발 사건이 소비자들의 뇌리에 크게 각인된 것도 소비자 불신을 초래한 이유인 셈이다. ◇날로 기발해지는 가짜 양주 제조법= 가짜 양주 제조가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곳 중 하나는 유흥주점. 간혹 대량생산이 가능한 창고형 공장에서 저급 양주에 산업용 에탄올과 물, 황색색소 등을 섞어 가짜 양주를 직접 제조하는 간 큰 위조범들도 있지만 흔치 않은 사례다. 유흥주점에서는 싸구려 양주나 위스키 원액 20% 미만의 일반증류주를 고가 양주로 둔갑시켜 파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고무장갑의 가운데 손가락을 절반만 자른 뒤 병 입구에 씌워 싸구려 양주나 일반증류주를 주입하는 방식은 이미 널리 알려진 고전적 수법 중 하나다. 최근들어 위스키업체들이 새로운 위조방지 기법을 도입하는데 맞춰 위조범들의 가짜 양주 제조기법도 한층 지능화되고 있다. 위스키의 재 주입 통로를 막아놓은 위조방지용 캡이 개발되자 날카로운 주사기 바늘을 이용, 캡에 구멍을 내고 저가 양주나 일반증류주를 주입하는 기법이 등장했다. 또 병뚜껑을 여는 순간 병 목에 연결돼있던 막대 형태의 추가 밑으로 떨어지는 정품인증방식이 도입되자 이쑤시개를 사용해 떨어진 추를 끌어올리고 그 틈으로 가짜 양주를 채워 넣는 방식까지 생겨났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가짜 양주를 손님들에게 내놓기 전 마지막 단계로 병뚜껑에 진짜 양주에서 잘라낸 비닐덮개를 씌운다. 진짜 양주의 병뚜껑을 감싸고 있는 비닐덮개의 아래 끝부분만 칼로 정교하게 잘라 가짜 양주의 병뚜껑에 씌운 뒤 업소 종업원이 병을 개봉하면 취객들은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병을 개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처음 주문한 양주를 다 마신 뒤 추가로 주문할 경우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처음엔 진짜 양주를 내놓았더라도 손님이 취기가 오른 틈을 타 가짜 양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 ◇뛰는 가짜 양주 위에 나는 위조방지기술= 국내 위스키업계에 맨먼저 위조방지장치가 도입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위스키 소비량이 급증함에 따라 가짜 양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속출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01년 병마개 안에 들어있는 두 개의 구슬이 가짜 술의 재 주입을 막아주는 '구알라 캡(키퍼 캡)'이 처음 도입됐다. 구알라 캡은 이탈리아의 위조방지 캡 제조업체의 이름을 딴 것으로 가짜 양주 제조를 막는데 효과가 높아 2000년대 초반 상당수 위스키 브랜드 제품에 적용됐다. 하지만 구알라 캡은 주사기를 이용한 가짜 양주 주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2002년말 홀로그램 기법이 새로 등장했다. 마개와 병을 덮고 있는 홀로그램은 빛의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의 입체 무늬로 나타나 위조 여부를 손쉽게 판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중국에서 복제가 이뤄지자 위조방지기술은 더욱 첨단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2007년에는 병에 새겨진 일련번호 끝 4자리와 병뚜껑 및 납세필증 4자리 번호가 일치해야 정품임을 인정하는 숫자 암호 시스템이 도입됐다. 또 DNA 잉크를 사용해 만든 라벨을 제품에 부착, 판별용액을 묻히면 색상이 변하는 DNA 시스템도 등장했다. 이 방식은 최근 겉 라벨의 제품 로고와 점선을 UV램프에 비추면 푸른색으로 빛나고 겉 라벨을 제거하면 속 라벨에 인쇄된 상표가 UV램프에 반응, 붉은색 형광잉크로 나타나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병을 열면 마개에 붙어있던 인증 추가 밑으로 떨어지는 방식, 뚜껑을 돌리는 순간 소리로 듣고 진동으로 느끼고 눈으로 정품표시를 확인하는 3중 위조방지 캡까지 등장했다. 일부 위스키업체들은 위스키의 화학성분을 분석해 정품 여부를 판독해주는 수천만원대 '정품 인증 판별기'를 도입, 실제 판매현장에서 시연해 보이기도 한다. 위조방지기술에 관한 특허는 대부분 해외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다. 위조방지장치의 핵심인 위스키 '캡(병뚜껑)'의 국내 시장 규모는 약 250억원이지만 이 중 90% 이상이 해외업체 주머니로 들어간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도 독보적인 위조주 방지기술을 가진 업체가 등장했다. 위조주 방지기술에 관한 특허만 11건이나 보유하고 있는 중소 플라스틱 제조업체 ㈜다본이 주인공이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의 3중 위조방지장치인 '트리플 키퍼'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다본은 관련 기술의 해외수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김승섭 다본 대표는 "거대한 인구만큼이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짜 양주가 유통되는 중국의 시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최근 중국에도 위조방지장치 관련 특허를 신청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RFID, 가짜 양주 뿌리뽑을수 있을까= 국세청은 RFID(무선주파수인식) 기술을 활용해 휴대폰만 있으면 즉석에서 가짜 양주를 가려낼 수 있는 '주류 유통 정보시스템'을 새로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술병 안에 RFID 전자칩을 내장해 생산공장의 제품출고부터 도매상, 소매상 및 최종 소비단계까지 모든 유통과정에 대한 실시간 추적이 가능하다. 소비자들은 유흥주점에 비치된 식별기기를 휴대폰에 연결한 뒤 술병에 부착된 전자칩에 갖다대면 진품여부 및 유통이력 전 과정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과 국내 위스키업계는 RFID를 이용한 주류 유통정보시스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성오 국세청 기술연구소장은 "RFID칩에 내장된 유통이력정보가 국세청의 중앙 서버에 모두 등록되기 때문에 이미 개봉된 병에 가짜 술을 주입하는 방식의 속임수는 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병 안에 내장된 RFID 칩은 개봉과 함께 파손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재활용이 불가능하며 국세청에 모든 기록이 남게 된다. 국세청은 10월 1일부터 서울 강남 유흥주점 1,045곳과 주류도매상 150개 업체에 한해 시범 운영중인 이 시스템을 내년에는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는 한편 오는 2012년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양주에까지 전면 실시할 계획이다. 단 국내 브랜드가 아닌 수입 양주는 전자칩을 달도록 강제할 수 없어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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