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조사 결과가 우여곡절 끝에 검찰에 통보됐다. 27일 열린 16차 회의에서 증권선물위원회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 안건만 2시간이 넘도록 심의하는 등 최종 결론을 내는 데까지 진통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법원이 금융감독당국의 판단을 토대로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주가조작의 불법성을 확인하면 론스타는 은행 주인이 될 자격을 잃게 되고 따라서 외환은행을 매각해야 한다. 따라서 외환은행을 국민은행에 매각하는 현재의 절차에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 증선위는 법률적인 판단은 검찰과 법원의 몫이라는 이유로 조사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가조작 개연성이 높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금융감독당국이 이 같은 결론을 검찰 측에 통보했다고 하더라도 당장 론스타의 대주주 지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여러 단계의 법률절차를 거친 후 이를 토대로 금감위가 다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영향을 미치려면 금융관계 법률 위반으로 ‘처벌’을 받아야 하며 처벌은 통상 법원의 확정 판결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검찰이 론스타를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하고 법원이 판결까지 내려야 한다. 이후에 금감위가 법원 판결을 기초로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해 부적격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6개월 이내에 론스타가 초과지분을 매각하는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금감위 심의 결과가 현재 진행 중인 론스타와 국민은행간의 계약을 뒤흔들 만한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법률적인 절차와는 별개로 양자간의 협상은 계속될 수 있고 법원의 확정 판결 이전에 외환은행 매각절차가 완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증선위 심의 결과가 당장 론스타와 국민은행간의 계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까지 론스타측의 ‘불법행위’를 인정한 만큼 지금까지 ‘무죄’를 주장했던 론스타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지게 됐고 비난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헐값에 합병하려고 주가를 조작했다”며 “론스타를 증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이날 중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론스타의 주가조작으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를 모집, 론스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론스타는 존 그레이켄 회장이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의 회견에서 “한국에서 다시 금융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던 희망을 접어야 한다. 금감위의 심의 결과로 활기를 띨 검찰 수사와 비난여론 확산이 외환은행 매각협상 자체를 뒤엎을 만한 영향은 없더라도 론스타의 입지를 좁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론스타는 지난주 말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며 “새로운 협상계약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양측 모두 현 계약을 언제든지 파기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론스타 측 언급에 대해 검찰은 지난 25일 “수사 중인 상황을 론스타 측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일정과 관계 없이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 역시 “위법 여부나 최종 판단은 검찰과 법원의 몫으로 남겨지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론스타 측이 외환은행 매각협상 테이블에서 종전과 같은 입장을 취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