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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산단에 국내 최초 '공단 카페' 만들었지만 걸어서 30분… "있으나 마나"

경직된 용도규정 탓 외진 곳에 커피향 대신 적막감만 감돌아

"편의시설 늘려야 청년층 일해"


18일 화창한 오후 경기도 시흥 시화산업단지를 승용차로 약 10분이 달리자 희망공원 안에 자리잡은 '산업단지 최초 카페'가 나왔다. 지난 4월 문을 연 이곳은 커피 한 잔을 마시려면 왕복 7km를 걸어야 했던 공단 근로자들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마련됐다. 궁극적으로 편의시설을 확충해 청년층이 일하고 싶어하는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카페는 편의시설이 들어올 수 없는 산업단지 규정 때문에 5평짜리 희망공원 관리사무소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지난해 9월 경기도와 시흥시에서 실시한 정책콘서트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가 "산단 내에 커피 한잔 마실 편의시설이 없다"며 토로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경기도와 시흥시가 1억원을 투입해 만든 카페에선 기대했던 커피향 대신 적막감만 감돌았다. 카페에 준비된 자리는 총 14석. 카페 내부에 4개, 외부 테라스에 총 10개의 의자가 마련돼 있지만 점심시간을 제외하곤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공단 안에 위치한 은행직원들과 타지역에서 찾아온 거래처에서 간혹 들릴 뿐, 공단 근로자들이 이곳을 찾는 일은 극히 드물다.

시화공단에 근무하는 A씨는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이 유일하지만, 카페를 가려면 걸어서 30분은 걸린다"면서 "용지변경을 하지 않고 억지로 공원 안에 만들다 보니 주변 입지조건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시작부터 손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카페가 처음 문을 연 시점에는 줄을 서서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당시 하루 매장에서 판매된 음료는 대략 50잔. 그러나 오픈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판매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카페 매장 직원은 "차를 가지고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장소가 너무 불편한 곳에 있어 빡빡한 점심시간에 이 곳까지 찾아오기 쉽지 않은 것 같다"며 "공단 내부에 아직 카페가 생긴지 모르는 직원들도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시화공단 근로자들은 "카페가 생겼다는 사실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근로자들을 위한 카페라기보다는 보여주기식 성과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건설장비업체 업체에서 근무하는 B씨는 "기다리던 편의시설을 이런 곳에 만들 줄은 몰랐다"며 "과연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한 결과가 이것인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카페는 공모를 통해 수원에 본점을 둔 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시흥시에서 공고를 냈지만 선뜻 하겠다고 나선 업체가 없어 두 차례 유찰된 뒤 수의계약을 통해 결정됐다. 업계에선 "시화공단 상권을 분석한 결과 한잔에 2,000원 수준의 아메리카노를 하루 20~30잔 팔아선 가게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한 것이 유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카페는 매장 직원이 점심 한 끼 사 먹기도 힘들 만큼 열악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7시 반까지 근무하는 매장 직원은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동안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다.

카페 오픈을 맞아 현장을 방문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협소한 카페 공간과 불편한 위치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콘서트에서 건의사항이 접수된 지 6개월 만에 시화공단의 숙원이었던 카페가 생겼다며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과 달리 해당 지자체장도 만족스럽지 못한 공간으로 전락해버린 것. 경기도청 관계자는 "국토부교통부와 논의해 봤지만 용지변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공단 안에 있는 공원 내부에 근린생활시설로 카페를 만들게 됐다"며 "현행 제도에서 최대한 빨리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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