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 수천억원을 버는 '공룡'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정작 기부에는 인색해 눈총을 받고 있다. 창업 인구 증가로 매출이 크게 늘면서 프랜차이즈가 국내 대표 사업군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기부는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대표 15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억원 이상 기부한 곳은 4개사에 불과했다. 파리크라상(64억원)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베스킨라빈스 운영업체인 BR코리아(26억원)가 뒤를 이었다. 제네시스BBQ(7억원)와 본죽 본사인 본아이에프(5억원)도 체면 치레를 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 외에는 기부금 씀씀이가 각박했다. '원할머니보쌈' 등을 운영하는 원앤원의 경우 지난 해 기부금액은 4,204만원으로 2012년(4,792만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이는 원앤원의 지난해 매출액(659억원)의 0.0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네네치킨으로 잘 알려진 지엔에프는 '소금 기부'의 전형이다. 지난해 기부금은 단돈 10만원으로, 제로(0)였던 2012년과 대동소이했다. 지엔에프의 지난해 매출액은 141억원이었다. 지난해 9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놀부는 2012년(94만원)과 비교해 기부금을 늘렸으나 액수는 5,071만원에 머물렀다.
이외에도 지난해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멕시카나(1,140만원)와 채선당(3,000만원), '교촌치킨'을 운영 중인 교촌에프앤비(8,796만원), 세계 맥주 전문점 '와바'로 잘 알려진 인토외식산업(2,400만원) 등도 기부금은 1억원을 밑돌았다.
문제는 이들 대표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견조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기부 등 나눔에는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창업 인구가 늘면서 프랜차이즈 시장이 빠르게 커가고 있으나 기부 등 사회적 활동에는 적극적이지 못해 "가맹점 확대에만 집중할 뿐 나눔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프랜차이즈 업계가 빠른 성장세와 달리 기부 문화는 정착되지 못했다"며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창업시장이 확대되면서 겉으로는 서민적 이미지가 부각됐지만 나눔 쪽에서는 예외"라고 꼬집었다. 이어 "식자재를 공급하는 부문보다 가맹점 확대로 수익을 얻는 구조도 문제"라며 "가맹점 수 여부에 따라 수익이 들쭉날쭉 하다 보니 체계적으로 기부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가맹점 확대에 혈안이 됐을 뿐 기부 등 나누는 문화에는 소홀한 게 사실"이라며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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