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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도약하는 한국건설] (5.끝) '기술' 없는 건설은 도태된다

R&D 투자로 새 먹거리 창출… '건설강국' 밑거름<br>"국내기술력 美·日 등과 어깨 나란히"<br>공사 맡긴 국가들도 대접 달라져<br>"성장동력 확보" 녹색기술 개발도 총력

"뭐든 꽉 잡아야 넘어지지 않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경기 용인시 마북동에 있는 현대건설 기술ㆍ품질개발원 내 풍동(風動)실험실.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맞은편 벽 쪽에 있는 검은색 터빈이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빌딩이나 경기장 같은 건축구조물에 바람이 미치는 영향을 모형화해 계측한다. 처음 0.8㎧로 시작한 바람의 세기는 이윽고 16.7㎧까지 올라갔다. 웬만한 태풍의 중심풍속과 맞먹는 바람이 만들어진 셈이다. 몸을 가누는 것은 고사하고 눈조차 제대로 뜨기 어려울 지경이 돼서야 기계가 작동을 멈췄다. 풍동실험실을 관리하는 황규성 현대건설 친환경건축팀 과장은 "이 풍속이면 실험실 바닥에 놓인 모형에는 75㎧ 이상의 초고도 풍압이 걸린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며 "이 정도의 실험을 거쳐야 100m 이상 초고층이나 사막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끄떡없는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날 경기 용인시 이동면에 위치한 GS건설 기술연구소의 '크린룸(Clean Room)' 연구실. 크린룸은 각종 분진이나 화학적 오염물질, 바이러스 등을 원천 차단하는 생산시설을 의미한다. 반도체나 LCD TV처럼 작은 먼지에도 불량률이 급등하는 전자제품을 만드는 공장에 적용되는 신기술이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 실험실에 드나드는 사람은 누구나 우주복과 비슷하게 생긴 방진복을 입어야 한다. 최항 GS건설 연구기획당담 상무는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은 따로 사우나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방진복만 입으면 땀이 비오듯 흐르니 일부러 땀을 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크린룸에서 만들어진 기술이 이미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등에 적용돼 비용절감 효과를 이끌어냈다"며 "건설업체가 만들어낸 기술이 산업 전분야에 걸쳐 변화를 선도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건설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800m에 육박하는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고 있는가 하면 올 상반기에만 131억달러가 넘는 일감을 해외에서 따내는 등 건설사들이 한국 경제에 닥친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는 데 일조하는 모습이다. 건설업계의 관계자들은 한국 건설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 재원 투입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대형 토목공사 발주를 담당하고 있는 육상교통청(LTA)의 임복남 부사장은 "한국 업체의 기술력은 이미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을 따라잡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앞선 기술이 곧 브랜드=금호건설이 2006년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첫 삽을 뜬 주상복합빌딩 '아시아나플라자'에는 '톱다운(Top Down)'이라는 새로운 공법이 적용됐다. 이는 1층 바닥을 시공한 후 지상층과 지하층의 골조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건축기술로 공기를 단축해 경비를 줄일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오는 9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 이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금호건설은 현지 언론에서 '선진 건축기술의 전도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많아 지하 주차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베트남에서 기존에는 이러한 공법으로 지은 건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앞선 기술의 도입을 통해 금호건설을 브랜드화한 셈이다. 금호건설의 한 관계자는 "단순시공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 건설업계의 경쟁력을 알리는 데 역점을 뒀다"며 "이러한 현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만에서 2006년부터 20억달러에 육박하는 플랜트공사를 잇달아 따낸 GS건설 역시 기술력을 앞세운 '브랜드전략'이 성공을 거둔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가 2004년 오만에서 1억8,000만달러 규모의 폴리프로필렌(PP) 플랜트공사를 첫 수주할 때만 해도 기술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따라붙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공사를 성공리에 마치자 오만 정부의 대접은 180도로 달라졌다. GS건설은 오만에서 2006년과 2007년 잇달아 플랜트공사를 수주해내며 경쟁업체들의 부러움을 샀다. 장무익 GS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은 "기술력 발전에 힘쓴 임직원의 노고로 플랜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기술에 미래 성장동력 있다=최근 우리 기업들이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뤄냈지만 또 한번의 도약을 통해 세계 초일류 건설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녹색기술(green technology)'이 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건설사는 이제 에너지 절감을 통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는 데 '목숨'을 걸어야 하며 모든 경쟁력은 여기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각 건설업체들은 이 기술에 앞다퉈 집중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림산업은 2008년 7월 친환경ㆍ저에너지 비전을 포괄하는 '에코 3리터 하우스'를 2012년까지 개발하겠다고 선포했다. 롯데건설은 친환경기술 개발을 위해 2010년 착공을 목표로 강원도 원주시에 기술연구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며 현대산업개발 역시 단열재 및 에너지 관리시스템을 개발해 시공 중인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인천 무의도 앞바다에 총 97.5㎿급 풍력발전단지를 2010년 중 착공할 계획이다. 또 삼성물산은 '그린투모로우'라는 녹색비전을 9월 중 선포할 예정이며 GS건설 역시 친환경 주택모델인 '그린스마트자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석홍 현대건설 기술ㆍ품질개발원 수석연구원은 "그린을 통한 신수종사업 개척을 위한 건설사들의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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