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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밀리언 달러 호텔

재벌 2세 죽음 뒤 비쳐진 영혼들LA시내 중심에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적응하지 못하는 부랑자 무리들이 모여사는 밀리언달러 호텔에 마약 복용자 이지(팀 로스)가 옥상에서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워싱턴에서 FBI요원 스키너(멜 깁슨)가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기 위해 특파되고, 호텔에 묵고 있던 이지의 동료들은 그가 언론 재벌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한편 호텔의 잡다한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약간 모자란 톰톰(제레미 데이비스)은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 들떠 자신이 연모하던 엘로이즈(밀라 요보비치)에게 말 건넬 기회를 갖게 된다. 톰톰은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그녀의 존엄성을 지켜주려 하지만 이지의 죽음을 둘러싼 소동이 그들의 삶을 점점 위협한다. 재작년 부산영화제 초대작이었고 독일의 영화감독 빔 벤더스가 직접 방문해 화제가 됐던 '밀리언 달러 호텔'은 보헤미안의 삶을 택한 재벌 2세의 추락사 배후를 추적하는 미스터리물이다. 그러나 사건 전모보다 주변의 괴짜 인물과 그들을 둘러싼 분위기의 묘사에 더욱 비중을 둔 작품이다. 리버풀 사투리로 비틀즈의 숨은 멤버임을 주장하는 록가수 딕시, 심오한 경구를 설파하는 인디언 제로니모, 독서에 중독된 자폐증 매춘부 엘로이즈, 죽은 이지가 자신을 사랑하여 결혼하려 했다는 주장으로 일관하는 비비안, 배냇짓을 하며 어린아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순진한 청년 톰톰 등이다. 특히 귀에 이어폰을 꽂고 목에 깁스를 한 채 탐문수사를 하는 형사는 처음에는 전형적인 FBI요원의 실체를 보여주지만 나중에는 가난하고 바보 같지만 따뜻한 사람들에게 묘한 정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궁극적으로 남는 것은 사색과 환상, 풍자와 블랙유머가 한데 녹아있는 공간을 보여준다. 영화의 주무대인 '밀리언 달러 호텔'은 지금은 '프론티어 호텔'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마천루가 가득한 LA 도시 한복판에 1980년대 식의 철제 난간과 19070년대 식의 판자들을 더하여 세월의 흐름을 뒤집어 놓은 듯한 스타일의 호텔을 만들어냈다. 비틀즈의 멤버라고 우기는 딕시의 방은 마치 60년대 히피족들의 방인듯하고, 비틀즈를 위한 제단처럼 보인다. 이 호텔의 밤에는 매춘부와 성 도착자들이 마구 넘나들고, 비상계단에는 아무렇게 방뇨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호텔의 예전 단골 고객중에는 루즈벨트와 아이젠 하워 그리고 트루먼이 있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진짜 밀리언 달러 호텔이었던 셈이다. 31일 개봉. 박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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