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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이렇게 힘없이…” 아랍 충격
입력2003-04-11 00:00:00
수정
2003.04.11 00:00:00
사실상 바그다드가 함락되던 9일 미국은 안도의 숨을 쉬었으나 아랍 주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한 채 슬픔과 비통에 잠겼다. 이들은 상점과 커피숍등에 모여 TV를 시청하며 힘없이 무너져 내린 한 아랍권 국가의 운명을 슬퍼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 동상이 철거되는 장면을 지켜보며 “이라크 국민이 사담 후세인을 끌어 내렸다”고 말했다고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딕체니 부통령도 이날 전미신문편집장회의 연례총회에서 전쟁초기에 제기됐던 작전 실패의 비난이 잘못됐음을 증명했다며 “세계 전사상 기록될만한 군사 작전”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랍권은 미국과 영국의 식민지화를 아랍권이 막지 못하고 있다며 비통해 했다. 이집트 카이로의 한 변호사는 “도둑과 약탈자들만이 기뻐 날뛰고 있다”며 “미국은 우리의 눈앞에서 아랍 국가 하나를 통채로 집어삼키고 있다”고 개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주하는 레바논계 여성 파티마 메히오는 이라크 인들은 후세인이 제거된 것을 즐거워 하는 것이지 미군의 점령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며 “독재 권력에 신음해온 이라크인들이 정신을 가다듬고 미국을 대항해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집트 카이로의 커피점에서 동료들과 이라크 함락 장면을 지켜보던 한 사우디 사업가는 “아랍의 역사인 바그다드가 지금 떨어지고 있다.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100만의 빈 라덴이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랍인들뿐 아니라 아랍권 국가들조차 내심 이라크가 전쟁을 더 오래 끌고 가기를 바래왔었다. 시리아 TV 방송은 이날 후세인 동상이 나뒹구는 바그다드 표정을 한번도 방송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사우드 알 파이살은 아랍권의 분노에 대한 논평을 요구하는 질문을 회피하면서 “이라크 국민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잡아 가능하면 빨리 점령을 종식 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바레인의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바레인 국왕은 “이라크는 비극과 손실을 딛고 국가 재건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는 이례적 발표를 했고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바그다드 함락에 슬픔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라크와 걸프 국가에서 반미 시위가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바그다드 함락을 “베를린 장벽과 철의 장막 붕괴를 연상시킨다”며 승전을 선언했다.
카타르의 미중부사령부 빈센트 브룩스 준장도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것”이라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하면서도 “아직 후세인 통제권에 들어간 곳이 더 있어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고 주의를 환기 시켰다.
<김정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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