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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 되는 민원성 예산 끼워넣기

상임위, 예산안 졸속 심사하면서 지역구 사업등 3조원 넘게 증액<br>괘씸죄 적용 삭감도…구태 여전


국회가 상임위원회별로 내년도 예산안을 졸속으로 심사하면서 민원성 예산을 대거 끼워넣어 3조원 넘게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증강과 복지확대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면서 큰 예산을 늘리는 데 거리낌이 없어지고 오는 2012년 19대 총선을 의식한 지역구 의원들의 '예산 밀어넣기'가 기승을 부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부분의 국회 상임위는 정부가 헌법에 따라 10월 초 제출한 예산을 한 달 이상 방치하고 있다가 단 1~2주 동안 많아야 4~5번의 회의를 거쳐 의결, 졸속ㆍ부실심사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16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1일 현재 소관 예산을 의결한 10개 상임위의 예비심사보고서만을 보면 새해 예산안 규모는 정부 원안(309조6,000억원)보다 총 3조1,651억여원 늘었다. 가장 많은 증액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7,332억7,800만원을 늘린 국방위에서 나왔다. 보건복지위(6,057억5,900만원), 정무위(4,111억6,700만원), 행정안전위(2,103억9,452만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1,858억1,700만원)도 증액규모가 1,000억원을 넘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 과정에서 소관부처 예산이 삭감될 것을 염두에 둔 국회 상임위의 경쟁적인 '예산 부풀리기'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관행이다. 그러나 재정능력을 고려하지 않거나 원칙을 따르지 않는 '묻지 마'식 예산증액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새 청사 건립은 중앙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행정안전위는 호화청사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백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충남도청과 경남도청은 신청사 건립에 각각 600억원과 25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국회가 전남도청 신축에 중앙정부가 전액 지원하게 한 전례를 남긴 뒤 다른 지자체와 출신 의원들이 '전남도만 지원하느냐'면서 요구한 결과다. 각 상임위는 또 각종 지역구 민원성 예산을 요구받는 족족 늘렸다. 특히 '힘' 있는 정치인의 지역구일수록 출신지역 예산 요구액이 반영됐다. 4선의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에 있는 수원 화성 복원에 91억원, 5선으로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용희 자유선진당 의원의 지역구인 충북 보은의 법주사 증축에 21억원이 배정됐다. 3선으로 법제사법위원장을 역임한 유선호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장흥의 국립문학박물관은 30억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했으나 5억원만 반영됐다. 재선인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진주에서 열리는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의 경우 9억5,000만원을 깎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10억원이 증액됐다.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한 국회의원의 예산 증액은 내년 예산안에서도 여전했다. 국회 운영위는 국회 사무처 예산 중 시급성이 떨어지는 국회 임시의정원 의장상 제작, 분수대 화강석 교체 등에 27억400만원을 깎았다. 반면 국회의원실 복사기 구입에 약 20억9,300만원, 의원 차량 유류비에 5억330만원, 의원 국제회의 참석에 약 20억원을 늘렸다. 또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회장인 한일의원연맹은 예산이 5,000만원 늘어났다. 또한 '괘씸죄' 예산 삭감도 이어졌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친척을 특별채용해 물의를 빚은 한국컨텐츠 진흥원과 임원이 이 장관의 선거운동을 도와 벌금형을 선고받은 한국관광공사 등은 임원 급여나 업무추진비를 삭감당했다. 한편 4대강 사업 예산을 놓고 여야가 조율점을 찾지 못해 예산 심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국토해양위ㆍ환경노동위ㆍ농식품위 등은 상임위별 예산 예비심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상임위 예산은 예결위로 곧장 넘어간 뒤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 처리에 총대를 멘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4대강 예산은 지난해 수준으로 깎을 것"이라며 야당에 예산 처리를 호소했지만 스스로 예산안 처리 마지노선으로 정한 오는 6일을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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