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황제의 벽은 높았다”

`황제`의 벽은 역시 높고 두터웠다.

최경주(33ㆍ슈페리어ㆍ테일러메이드)가 타이거 우즈(미국)에 완패,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퍼팅이 난조를 보였을 뿐 `세계랭킹 1위`와 대등한 플레이를 펼쳐 정상급 대열에 올랐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라코스타리조트(파72ㆍ7,247야드)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총상금 600만달러) 2라운드(32강전).

전날 프레드 펑크(미국)를 꺾고 산뜻하게 출발했던 최경주는 우즈를 맞아 첫 홀을 먼저 따내 `대어`를 낚는가 했으나 결국 5&3(3홀 남겨두고 5홀 열세)으로 패했다. 이로써 최경주는 지난해 투어챔피언십, 피닉스챌린지에 이어 3차례 우즈와의 맞대결에서 모두 열세를 보였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경기에서 최경주는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이후부터는 우즈의 독주가 이어졌다.

우즈는 4번(파4), 5번홀(파3) 연속 버디에 이어 11번홀(파5)에서 버디를 보태 3홀차로 앞서나간 뒤 12번홀(파3)에서 최경주가 보기를 하는 사이 4홀차로 달아났다. 최경주는 13번(파4), 14번홀(파4)을 파로 비기며 안간힘을 썼지만 15번홀(파4)에서 가볍게 버디를 기록한 우즈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최경주는 드라이버 샷 거리가 우즈에 크게 뒤지지 않았고 샷 감각도 괜찮았으나, 페어웨이가 젖어 최근 정교했던 아이언 샷이 다소 흔들렸고 특히 홀을 이기거나 비겨야 하는 상황에서 퍼트가 전혀 말을 듣지 않아 애를 먹었다.

반면 우즈는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뽑아내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3라운드에 진출, 4차례 출전 만에 대회 첫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우즈의 16강전 상대는 이날 16번시드 저스틴 레너드(미국)를 꺾은 48번시드의 스티븐 리니(호주).

한편 3번시드 필 미켈슨(미국)도 브래드 팩슨(35번시드ㆍ미국)을 3&2(2홀 남기고 3홀차)로 제압, 지난해 2승을 올린 19번시드 제리 켈리(미국)와 8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이밖에 25번시드 스콧 호크(미국), 56번시드 이자와 도시미쓰(일본), 그리고 지난해 대회 챔피언 케빈 서덜랜드(60번시드ㆍ미국) 등도 16강에 합류했으며 7번시드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는 28번시드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에 12개홀 만에 7홀차로 대패, 체면을 구겼다.

<박민영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