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재정전략(나라살림계획)에 사실상 '출구전략'을 적용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동원됐던 신용보증기관 출자, 국공채 인수 등의 사업이 종료되고 중소기업 수출보증 지원과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의 사업예산도 대폭 줄어든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재정과 통화 양 측면에서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가동되는 셈이다. 정부는 대신 저소득층 지원 등 서민생활 안정에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위기상황의 비정상적인 지원책은 거둬들이는 대신 재정을 통해 서민층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또 4대강 살리기 등의 정책사업에도 예산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면서 국가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서고 오는 2013년에는 국민 한 사람당 나랏빚이 1,000만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내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하고 10월1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예산안을 보면 내년 총지출은 291조8,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284조5,000억원보다 2.5% 늘어난다. 하지만 증가율은 예산 기준인 지난 2005년 총지출 대비 최저치로 떨어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며 "정부도 예산편성에서 경기회복 본격화, 강한 기반 조성, 미래 대비 등 지출요인과 함께 재정건전성 조기확보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총수입은 287조8,000억원으로 올해의 291조원에 비해 1.1% 줄어드는 데 그친다. 국세(168조6,000억원)가 올해(175조4,000억원)보다 3.9% 감소하지만 공기업 지분매각 등으로 세외수입(23조3,000억원)이 올해보다 8.2%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일반회계 예산의 세입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한 적자보전 국채를 30조9,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올해의 35조5,000억원보다 4조6,000억원 줄어들지만 2년 연속 대규모 적자국채가 발행되며 국가채무는 올해 366조원에서 내년 407조1,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35.6%(추정)에서 36.9%까지 올라가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는 40%에 한발 가까워지게 됐다. 중기 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13년 493조4,000억원으로 5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부는 내년 예산 및 기금안의 전제조건으로 내년 실질성장률 4%, 경상성장률 6.6%, 고용 15만명, 연평균 두바이유가 배럴당 63달러, 원ㆍ달러 환율 1,231원을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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