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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공룡'이라는 불명예 속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로 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던 SBI저축은행이 약속한 것보다 1,200억원 낮은 금액만 증자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수천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어 여력이 없는 모그룹 SBI홀딩스가 외부 투자자인 도이체방크에 손을 벌렸다가 거절당해 결국 약속된 증자 대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거액의 유상증자로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 믿은 SBI저축은행 고객들만 혼란스럽게 됐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최근 이달 말까지 3,260억원을, SBI2는 1,428억원을 각각 유상증자한다고 밝혔다. 약속된 만큼 자본금을 늘리면 총 4,688억원의 자금이 들어오고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SBI저축은행을 포함한 전 계열사(SBI2·3·4) 모두 10%를 넘어서게 된다. 금융당국이 3월 말까지 BIS 비율을 6% 이상으로 맞추라고 경영개선명령을 내렸는데 이를 초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SBI홀딩스는 결국 '펑크'를 냈다.
이달 중순 들어 3,400억원만 증자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도이체방크로부터 투자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거절당해 무산됐기 때문이다. 1,200억원이라는 자금이 한 달도 못돼 구멍 난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증자 대금이 들어올 시 SBI3·4의 BIS 비율은 10%를 넘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룹 핵심 계열사인 SBI1·2는 기존 전망보다 3%포인트나 낮은 7% 선에 그치게 된다.
SBI홀딩스는 이와 관련해 "자회사를 통해 상기 금액(3,400억원)을 전액 내겠지만 향후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그 일부를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SBI저축은행의 말 바꾸기로 건전성 지표 개선만 믿고 예·적금 상품에 가입했던 애꿎은 고객들만 먼 산을 쳐다보게 됐다.
2013년 말 기준 SBI저축은행과 SBI2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각각 -7.12%, -7.96%로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한 대표는 "이번 투자자 유치 실패로 향후 부실이 더 생겨 추가 증자가 필요할 때 자금을 메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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