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팔 만큼 판 것 아닌가.’ 최근 외국인의 매매 패턴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이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국내 증시에서 34조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사상 최대 순매도다. 하지만 최근 헤지펀드의 청산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고 외국인의 국내 증시 점유율도 28%선까지 떨어지면서 매도공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매도 강도는 줄이더라도 당장 순매수로 돌아서기는 힘들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헤지펀드 청산 마무리 국면=25일 외국인들은 국내증시에서 670억원을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최근 4거래일 동안 외국인의 매매패턴을 보면 순매도 금액이 600억~900억원 수준으로 이달 중순 이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같은 매도세 둔화 배경으로는 헤지펀드들의 청산 가능성이 유력하게 꼽힌다. 많은 헤지펀드들이 이달 중순 이후 환매에 들어가면서 이미 내놓을 물량이 상당 부분 출회됐다는 이야기다. 헤지펀드들은 일반적으로 자기자본의 최고 20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에 나선다. 따라서 이번 금융위기로 담보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금융회사들이 마진콜(증거금 부족분 상환요구) 기준을 높이면 현금화가 손쉬운 신흥시장 주식을 매도하게 된다. 또 헤지펀드 조사업체인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이머징마켓의 헤지펀드지수가 올들어 23% 하락한 점을 볼 때 수익률 하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환매요청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지난 10월 이후 각국이 공매도 규제를 강화한 점도 헤지펀드의 운신의 폭을 줄어들게 함으로써 청산을 가속화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전세계적으로 지난달 625억달러, 이달 1,400억달러 정도를 청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적으로 전세계 헤지펀드들의 한국투자가 전체 금액의 1% 안팎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달부터 국내증시에 쏟아진 헤지펀드 물량은 대략 2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헤지펀들이 10월부터 청산압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고 2개월간에 거쳐 청산작업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최근 외국인의 국내증시 매도세 둔화에는 이 같은 헤지펀드의 움직임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외국인 매도 34조원으로 사상 최대=올들어 외국인의 순매도는 기록적이다. 이미 1월부터 34조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지난해 순매도액인 21조원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특히 6월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는 강화됐다. 지난달에도 5조원가량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에도 최근 강도가 줄었다고 하지만 이미 순매도 금액은 2조원을 넘어섰다. 사실 외국인의 국내증시 매도세는 2005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외국인이 팔더라도 투신 등의 매수여력이 급감하면서 매도물량을 받아줄 세력이 사라지면서 수급공백으로 인해 지수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올해 외국인들의 줄기찬 매도공세로 외국인의 국내증시 시가총액 점유율은 현재 28%선까지 떨어졌다. 증시전문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외국인 평균 점유율이 25% 정도라는 점을 볼 때 외국인이 추가 매도에 나서더라도 최소한 이 수준 이상은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시장의 메리트를 감안할 때 외국인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25% 아래로 가져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외국인의 추가적인 공격적 매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매도 강도 약화 불구 순매수 전환 기대는 시기상조=외국인 매도세가 앞으로 둔화된다고 해도 짧은 기간에 매매 트렌드가 순매수로 전환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씨티그룹 등 선진 금융기관의 부실이 지속될 경우 이머징시장의 자금유출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가 이머징마켓 가운데 현금화하기가 상당히 손쉽다는 점도 외국인의 매도세와 연관이 깊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는 한 외국인이 발길을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 매도세는 강도가 약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순매도 기조는 계속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들이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미국 내 자동차 ‘빅3’ 문제나 경기부양책 등 정책 불확실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어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 급격한 매도세는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성진경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내 정책 불확실성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인들이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급하게 주식을 내던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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