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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평가업무 개시 20년… 과제와 전망

외형위주 양적경쟁 지양…근본적 체질개선 나서야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미국계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과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국가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금융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신용평가회사가 있어 기업 및 금융권 부실을 사전에 철저히 예고했더라면 파국적인 사태를 피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외환위기는 신용평가산업의 허약함을 노출했고 역설적으로 이 업종의 발전에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에서 기업 신용평가 업무가 시작된 지 6일로 20년을 맞았다. 국내 최초 신용평가회사인 한국신용평가㈜가 이날 창립 20주년을 맞아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윤리규범을 선포했다. 국내 신용평가업계는 미국 신용평가회사가 100년 이상 시장의 검증과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직접금융시장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으로 출발했다. 정부는 은행 위주의 간접금융시장 대신 무담보 기업어음(CP)과 금융기관 보증 회사채 등 장단기 직접금융시장을 키우기 위해 신용평가 3사를 잇따라 설립하도록 했다. 85년에는 기업금융정보센터에서 한국신용평가로 이름을 바꾼 한신평이 처음으로 출범했고 86년에는 한국신용정보가, 87년부터는 한국기업평가가 각각 신용평가업무를 시작했다. 신용평가 3사는 94년 중반부터 기업어음 및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반드시 2개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도록 하는 복수평가제가 도입되면서 경쟁관계 속에 시장규모를 키워왔다. IMF 외환위기는 한국 신용평가회사들에 일대 전환점이 됐다.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연쇄 부도로 국내 기업들이 자금조달 방법을 금융기관 대출을 통한 간접금융방식에서 채권 및 주식발행을 통한 직접금융방식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서 기업의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무보증사채의 비중이 급증했고 신용평가 업무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류혁근 한신평 사장은 “외환위기로 인한 IMF 구제금융과 대외신인도 추락은 국내 신용평가사에 큰 위기였지만 신용평가의 개념과 위상을 재정립하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제 신용평가는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 속에서 기업의 생사를 쥐고 흔들 만큼 중요한 업무로 부각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크게 성장한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최근 안팎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치열해진 업체간 경쟁 속에 새로운 수익기반을 발굴해야 하는데다 선진 신용평가회사들의 요구로 시장개방을 앞두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신용평가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등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용평가시장은 이제 제2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시장의 파이는 많이 커졌지만 더 이상 새로운 수익기반을 찾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매출액 기준으로 연간 400억원대에서 몇 년째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S&P나 피치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의 시장개방 요구로 머지않아 신용평가 시장의 무한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20년의 역사에도 불구,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선진국과 비교할 때 시장 규모나 평가의 노하우에 있어 크게 부족하다. 이에 국내 신평사들은 세계적인 신평사와의 업무제휴 등을 통해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평사들이 양적 경쟁보다는 질적 경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적인 평가기준에 맞는 공정성ㆍ객관성ㆍ독립성을 확보한 신용평가사가 많아져야 신용평가업무에 있어 진정한 경쟁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용평가회사가 가진 진정한 힘은 무엇보다도 엄격하고 투명한 잣대”라며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정확한 평가가 이뤄질 때 신용평가사들이 한단계 이상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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