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범위 산정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기업들이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키포인트는 경영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금 상승을 최소화하는 방향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급여 체계를 연봉제로 바꾸고 상여금을 철저히 성과에 연동해 지급하는 것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수많은 수당 항목을 대거 정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계약직 비중 등을 늘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로 기업들이 새로운 임금체계 개편에 본격 착수했다”며 “문제는 노사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내년 임금·단체협약 때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이 미칠 파장을 분석하며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인사팀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결성하는 한편 다른 기업들의 사례 등을 파악하며 묘안 마련에 나섰다.
특히 특근이 많은 자동차·중공업 회사들은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내년 노무전략 등을 논의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임단협에 많이 부담스러울 듯하다”며 “내년 임금협상에서 많이 의견이 엇갈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쌍용자동차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초과 근로를 줄이기로 하고 가능하면 주간 2교대 시점을 앞당길 방침이다. 아울러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바꾸는 방안도 노조와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사측도 임금체계 개선에 대해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상여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을 기준으로 각종 수당을 정리해야 되는 데 노조가 반발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서는 그동안 사업장에서 노사 합의로 결정했던 수당지급 기준을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사측뿐 아니라 노조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그동안 노사합의를 통해 마련한 단체임금 규약 기준으로 전면 수정해야 될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일반직·연구직·기술직 등 직군별로 수당이 다르다. 이번 판결에 따라 노사는 매년 임단협을 통해 통상임금에 포함될지를 결정해야 한다.
자동차 외에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중공업·기계 등 특근이 많은 기업들의 경우 이번 대법원 판결로 임금체계를 새롭게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연말마다 지급하는 성과급(PS)은 실적에 따라 차등지급하고 있어 통상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이번 판결에 따라 임금 체계 개편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기업들은 연봉제로 전환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총 관계자는 “연봉제를 도입하면 문제의 소지가 없어진다”며 “많은 기업들이 당장 내년부터 연봉제 도입을 놓고 노측과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연봉제로 바꾸던가, 아니면 계약직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현재 여러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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