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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高유가 파고 넘는 길

지난해 말 배럴당 11달러였던 국제 원유가격(WTI기준)이 지난 8월 말 21달러를 능가한 후 9월 하순에는 25달러를 돌파했다.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주원료이며 수입의존도가 100%에 가까운 에너지 주원천인 원유의 국제가격 상승은 우리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 더구나 우리 경제는 에너지 활용의 효율성 면에서 세계에서 최악인 것으로 평가돼 왔다. 국제 원유가격의 폭등이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의 충격을 주고 또한 얼마나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가는 74년의 제1차 석유파동과 79~80년의 제2차 석유파동에서 극명하게 나타난 바 있다. 제2차 석유파동의 경우를 보자. 이란 정변에 따른 석유공급 차질과 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정책이 겹쳐 국제 원유가격이 평균 두 배나 폭등하자 전세계 경제는 저성장·고물가 및 무역위축에 직면했고 이는 다시 선진국들의 신보호무역주의와 중진국 규제 등으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여건 속에서 석유 및 석유관련 제품의 수입의존도가 거의 100%에 육박하고 있고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가 당시로서는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경제성장률은 78년 11%에서 80년 마이너스4.8%로 급락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8년 15%에서 80년 29%로 폭등했으며 경상수지 적자는 78년 10억달러에서 80년 53억달러로 크게 증대됐다.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국제수지 악화는 환율제도의 개편과 함께 환율의 대폭적인 인상(한은 집중기준율 기준 36%)을 불가피하게 했고 회사채 수익률은 78년 21%에서 80년 30%로 급상승했다. 또한 시중의 불경기를 반영해 어음부도율은 두 배로 뛰었고 제조업 가동률 지수 증가율은 78년 8%에서 80년 마이너스10%로 급락했으며 건축허가 면적 증가율은 78년 38%에서 80년 마이너스7%로 냉각된 바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국제유가 상황과 여타 대외여건은 당시와 비교할 때 과연 어떠한가. 지난해 말부터 현시점까지 국제유가 상승률은 제2차 석유파동 당시와 극히 유사하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상황 및 국제금융·자본시장의 동향은 당시에 비해 훨씬 양호한 상태다. 79년 카터 행정부의 달러가치 방어정책과 80년 레이건 행정부의 적자 재정정책에 따른 이상 고금리로 세계경제는 고유가·고달러·고금리로 심각한 침체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현 세계 경제는 지난해부터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고 있으나 연4%에 육박하는 고율성장으로 미국 경제의 호황이 지속되고 있고 EU의 출범으로 유럽경제가 활성화하고 있다. 또한 금리와 환율이 대체적으로 안정되고 있고 WTO 체제하에서 새로운 국제질서가 구축되고 있다. 다만 일본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엔-달러 환율이 불안한 국면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경제는 79년의 경우 중동특수에 따른 방만한 중화학 투자로 경제 전반의 효율성이 크게 저하돼 있었기 때문에 제3차 석유파동은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 경제는 IMF 충격에서 벗어났다고는 하나 아직도 내우외환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보아야 한다. 올해 들어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의 감축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또한 물가가 안정됐다고는 하나 8월 이후의 물가추이가 심상치 않다. 채권시장안정기금 등으로 실세금리가 안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정착여부가 불분명하다. 엔고(高)와 반도체가격 급등의 긍정적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고 하나 엔저(低)로의 전환가능성과 엔고의 물가상승 효과가 경시되고 있다. 국제유가의 폭등을 몰고온 석유수출국기구의 유가정책이 확고한 상황에서 에너지 활용의 효율성이 극히 저조하고 경상수지 흑자기반이 취약한 우리 경제로서는 현재의 국제유가 추이에 대비한 적절한 대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비록 세계적으로는 제3차 석유파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제3차 석유파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진근(연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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