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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장기 투자의 원칙
입력2006-01-30 16:30:46
수정
2006.01.30 16:30:46
신경립 기자
“폭락장에서는 좋은 주식을 싸게 많이 살 수 있어서 즐겁고 주가가 오르면 싸게 산 주식을 비싸게 팔 수 있어서 좋으니 장기투자가에겐 주가지수 등락이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한국과 일본 증시가 동반 폭락한 지난 17일, 때마침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 장기투자의 대가 사와카미 아쓰토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 시간가량 이어진 간담회 내내 그는 “우량기업의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는 장기투자가에게 주가 하락은 매수의 기회”라는 투자의 기본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 이 원칙을 몸소 실현한다는 그는 대표적인 단명(短命) 업계인 펀드매니저의 세계에서 35년째 장수하며 최근 3년간 평균 수익률 110% 이상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워오고 있다.
최근 급격하게 진행된 증시 조정과 반등 과정을 지켜보며 당시 크게 공감했던 사와카미 회장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연초부터 주가 하락은 예고돼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급격하게 찾아온 조정에 개인과 기관 투자가들은 적잖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시 조정이 시작된 17일부터 27일까지 개인과 기관 등 국내 투자세력은 총 1조5,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주식형 펀드 투자가들이 불안에 휩싸이면서 펀드 환매도 적잖이 이뤄졌다.
투자의 기본원칙에 매달린 것은 오히려 외국인들이었다. 외국인들은 이 기간 동안 한국 간판급 기업들의 주식을 싼값에 사들여 1조7,000억 여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하고 국내 증권사들이 “현금 비중을 높여라”라는 후퇴 사인을 내보내는 동안 외국계 증권사들은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고(GO)’ 사인을 내보냈다.
물론 이번 조정장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예전보다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투매와 펀드 환매가 일부에서 나타나기는 했지만 증시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순매수와 함께 적립식 펀드를 비롯한 장기투자 인식 확산이 증시를 떠받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만약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들이 없었다면 그래서 주가지수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면 적립식 펀드 투자자들은 과연 한결같이 시장을 지키고 있었을까.
장기투자 한답시고 1년 전에 가입한 적립식 펀드를 환매해야 하는 건 아닌지, 파란불로 가득 메워진 증시 단말기 앞에서 고민에 빠졌던 스스로를 돌이키며 사와카미 회장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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