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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임금 싼 본토로" 제조업체들 썰물… 대만 경제엔 되레 毒

차이완 시대 1년… 대만에선<br>제조업 종업원 수 20만명 줄고 올 對中 수출비중도 2.6% 감소<br>野선 "ECFA 재검토를" 목소리<br>"서비스업 중심 산업구조 재편등 中투자 유인으로 활로 찾아야"






대만 수도 타이페이에 거주하는 우웬난(47)씨는 1년전만 하더라도 애플의 위탁생산업체인 팍스콘 공장에서 근무하며 매달 726달러의 월급을 받아 생계를 꾸렸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이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가 몸담았던 공장이 저임금 노동력을 좇아 대만에서 철수한 후 중국 본토로 옮겨간 것이다. 졸지에 실업자로 전락한 그는 거리에 나앉고 말았다. 그는 요즘 타이페이 지하철역 입구 앞에서 노숙자 재활잡지 '빅 이슈'를 팔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과 중국이 ECFA협정에 공식 서명하며 차이완 시대의 서막을 올린지 1년 만에 대만 경제 곳곳에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당초 중국이 관세 혜택품목을 대폭 양보해 대만이 쏠쏠한 이득을 챙길 것으로 전망됐지만 대만 제조업체들이 저임금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 앞다퉈 중국 본토행에 나서면서 대만 내 일자리가 급격히 감소하고 제조업 기반마저 흔들린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 내부에서 ECFA를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다는 지적한다. ECFA 발효 이후 대만의 국가 경쟁력이 올라가는 등 효과도 분명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만이 제조업에만 목맬 것이 아니라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이후 금융시장을 개방해 차이나머니를 끌어모으고 있는 싱가포르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중국으로 흡수되는 대만 제조업 = ECFA를 추진했던 대만 집권 국민당은 ECFA 효과가 벌써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자랑하기에 바쁘다. 국민당은 지난 달 29일 ECFA 서명 1주년을 맞아 야당과 성과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올해 5개월간 대만의 대중국 수출액이 513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1% 늘어났다고 밝혔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은 ECFA 체결 이후 대만의 국가 경쟁력이 작년 8위에서 올해 6위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만 야당인 민진당은 허울뿐인 성과라고 지적한다. 특히 양안협력이 가속화 될수록 대만 내 일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고 주장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 정부가 지난 1991년 '중국 본토 투자 금지령'을 해제한 이후 중국에서는 77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 반면 대만이 지난 2009년 중국에 투자시장 문을 개방한 이후 대만 제조업 종업원 수는 20만명이 줄어 현재 290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저임금 노동력이 절실한 대만 제조업체들에 중국만큼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지만 중국 기업은 당장 대만에 투자하는 것이 급할게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폭스콘 모회사인 대만 기업 혼 하이 그룹은 중국에서 100만명의 생계를 책임지지만 중국 기업이 대만에서 대규모 사업을 벌이는 것은 아직까지 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ECFA 체결이후 대만 제조업체의 엑소더스 행렬이 더욱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진당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진당은 올해 5개월간 전체 수출 중 대중 수출액 비율이 전년대비 2.6% 줄어 대중 무역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고 비판했다. 또 ECFA 체결 이후 외국의 대만 투자는 34% 줄어든 반면 대만의 대중 투자는 사상 최대인 36% 늘어 대만 경제는 죽고 중국 경제만 살아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업률이 1년전 대비 1%포인트 하락한 것도 ECFA 성과가 아니라 정부의 경기 부양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재검토 의견 고조= 이에 따라 대만 내부에서 ECFA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진당의 차이잉원 주석은 "마잉주 총통이 내년 대선을 노리고 ECFA협정 체결을 무리하게 체결했다"며 "이로 인해 대만 내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으며 향후 대만 경제가 중국에 종속되고 대만 주권마저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지난 해 11월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 민진당 득표율이 국민당을 앞서기도 했다. ◇중국과 FTA 체결한 싱가포르 모델 참고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ECFA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대만이 ECFA를 발판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대만이 반도체 및 휴대전화 분야에서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작은 사안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대신 금융업 등 새로운 먹을거리 산업을 육성할 것을 당부한다. 이에 따라 중국과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가 대만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싱가포르도 FTA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금융 및 제약· 바이오산업 등으로 차이나 머니를 유치해 아시아 금융 허브및 신 성장 산업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대만도 ECFA를 통해 중국의 큰 손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우충슈 컨설턴트도 "대만은 투자대비 수익 비중이 낮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중심의 고수익 구조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중국 본토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관광산업 규모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홍콩, 마카오, 대만을 하나로 묶어 중화 경제권을 구축하기 위해 대만에 더 많은 관세 혜택을 주면서까지 협상에 더욱 열을 올렸다. 오히려 대만이 더 유리한 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통신은 "대만이 불평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중국 투자를 더 유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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