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완화되자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위축됐던 투자 심리가 회복되면서 코스피가 주간 기준 5주 연속 상승하면서 관세발(發) 충격을 일부 회복했다. 이런 가운데 9개월 연속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던 외국인투자가들이 돌아올 조짐이 나타나면서 수급 공백이 채워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모처럼 호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증시가 또 다시 요동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강등이 예견된 이벤트였던 만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5월 12~16일)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49.6포인트(1.92%) 오른 2626.87에 마감했다. 이로써 코스피는 5주 연속 주간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다. 지난 한 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 905억 원을 순매수했다. 기관투자자들 역시 5337억 원을 사들였지만 개인은 1조 765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매도 행렬을 이어오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국내 주식 1조 4720억 원어치를 쓸어 담으며 매수 우위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을 싣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완화에 국내 증시에는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지만 시장 변동성을 키울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무디스가 16일(현지 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강등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앞서 2011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와 2023년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했을 때 코스피가 하루 만에 3.8%(2011년), 1.9%(2023년) 급락한 점을 감안한다면 단기적인 충격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코스피가 최근 5주 연속 상승한 만큼 차익실현 매물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앞선 두 차례 신용등급 강등과 달리 이번에는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신용등급 하향이 지난해 11월 등급 전망을 낮춘 뒤 6개월 만에 진행한 ‘예고성 강등’인 만큼 이미 증시에 우려가 반영됐다는 판단에서다. 2011년에는 유럽 재정위기, 2023년은 미국의 금리 인상기와 국내 2차전지 포모(FOMO·소외 공포증) 후유증 여파가 겹치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와 달리 현재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국가별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중 갈등도 완화되고 있어 증시에 미치는 악영향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현재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수준으로 2011년(1.1~1.2배), 2023년(0.94~0.96배)보다 낮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국내 증시가 하락할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무디스 신용등급 강등은 단기 변동성 재료일 뿐 증시 방향성을 바꿀 악재까지는 아닐 것”이라며 “앞선 두차례 강등과 현재 증시를 둘러싼 맥락이 달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003540)은 이번 주 코스피 전망치를 2450~2650포인트로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하면서 관세 불안으로 인한 경계 심리와 불확실성이 정점을 통과한 만큼 변동성 완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다. 또 외국인의 순매수 확대가 지속되면서 상승을 꾀할 수 있는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5월 초 연휴 이후 외국인은 꾸준히 코스피를 사들이고 있다”며 “다만 그간 증시가 관세 우려 완화 기대감을 선반영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짙고, 차익실현 압력과 상승 피로감 등으로 추가 상승 탄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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