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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자책 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자책 단말기 시장은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단말기 가격이 태블릿PC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제조사들이 신제품 출시를 꺼리면서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리버는 올 상반기로 예정했던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HD'의 국내 출시를 잠정 연기했다. 국내에 내놓기에는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제품은 올 초 미국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1'에 공개되며 호평을 받았다. 삼성전자도 지난 2009년 '파피루스'를 내놓으며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전자책 단말기 사업에서 손을 뗐다. 태블릿PC로 전자책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가자 '갤럭시탭'에 전력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북큐브네트웍스도 지난해 전자책 단말기 '북큐브 B-815'를 업계 최저가인 18만9,000원에 선보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주요 제조사들이 전자책 단말기 출시에 소극적인 것은 비싼 가격으로 인해 판매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전자책 단말기의 가격은 20~40만원에 달한다. 제품 자체로는 태블릿PC보다 저렴하지만 태블릿PC를 약정요금제로 가입하면 가격 차가 10만원 내외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비용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활용성이 높은 태블릿PC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전자책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교보문고, 인터파크 등 국내 주요 온라인 서점이 보유한 전자책은 7~8만권 수준에 불과하다. 전자책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전체 출판 시장의 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정체기에 있지만 올해 전자책 판매량은 전년보다 5배가량 증가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독자들이 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전자책을 이용하고 있어 전용 애플리케이션 출시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미국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시장조사업체 퓨리서치에 따르면 올 6월 미국 전자책 단말기 보급률은 12%를 기록, 지난해 11월 6%에 비해 2배가 늘었다. 반면 태블릿PC는 같은 기간 3%에서 8%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에서 전자책 단말기가 태블릿PC보다 인기가 높은 것은 가격이 절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와이파이 기능을 갖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114달러에 판매한다. 애플 '아이패드2'의 449달러에 비하면 4분의 1에 불과하다. 아마존은 전자책 단말기에 광고를 삽입해 제품 가격을 대폭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태블릿PC로 눈을 돌리면서 소비자들도 어쩔 수 없이 고가의 태블릿PC를 구입하는 실정"이라며 "출판사나 전자책 콘텐츠 업계와의 업무 제휴를 통해 전자책 단말기의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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