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2011년 경영계획 수립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신ㆍ증설로 인해 철강제품 생산은 늘어나지만 수요가 늘어나지 않아 제품판매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특히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높아지면서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해야 하지만 내년 시황이 불확실해 매출액은 물론 영업이익률 목표 설정에 속을 태우고 있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ㆍ동국제강 등은 내년 철강시황 회복세를 점치기 어려워 경영계획 수립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내년 연간 영업이익률 목표치를 두고 사업 부문별로 목표치 설정에 진통을 겪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ㆍ후판 등 탄소강 부문의 경우 내년 영업이익률을 당초 20%에서 10%대로 목표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욱이 전세계적으로 시황이 좋지 못한 스테인리스(STS) 부문 등은 목표설정 자체도 어려운 듯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지난 2008년 21.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영업이익률이 11.7%로 급감했다. 또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20%대의 영업이익률을 올렸지만 올 4ㆍ4분기 영업이익률은 다시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포스코는 올 4ㆍ4분기 영업이익이 8,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지만 7,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제강도 각 사업 부문별 임원들이 연초에 장세주 회장에게 매출액과 영업이익 계획을 보고하지만 사업계획 수립에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다. 동국제강은 후판의 원재료인 슬래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슬래브 가격이 높아지면 영업이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철근과 형강 등의 경우 후방 산업인 건설업종의 회복이 선행돼야 하지만 건설업체들이 신규 분양보다는 미분양 아파트 소진에 주력하고 있어 수요가 어느 정도 늘어날지 미지수다. 다만 현대제철은 내년부터 당진제철소의 제2고로 상업생산 개시로 마진이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전기로를 통한 봉형강 부문 매출이 전체의 55%, 고로를 통한 판재류 부문이 45%를 차지하지만 제2고로 가동으로 판재류 부문의 비중이 6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의 내수 철강제품 가격이 반등 추세인데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내년 1ㆍ4분기에 투입되는 원료와 반제품이 4ㆍ4분기보다 저렴해 내년 1ㆍ4분기 실적은 좋을 것"이라며 "그러나 내년 2ㆍ4분기 이후 철강시장 회복세를 예단하기 어려운데다 열연과 후판의 경우 공급과잉 논란도 일고 있어 가격인상이 쉽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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