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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용두사미된 은행 적자점포 축소

당국 압박 비웃듯 10%만 철수<br>주인 없는 은행 구조조정 한계


국내 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 79개의 점포를 폐쇄하기로 했다.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금융감독 당국이 비용 절감을 위해 독려한 결과다.

그러나 이는 전체 점포 숫자의 약 1%, 적자점포의 10%에 불과하다.

점포 이용고객이 주는 추세가 분명한데도 주인 없이 비대해진 은행은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셈이다. 최근 은행은 줄어든 수익을 메우기 위해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어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더 커지고 있다.

◇적자점포 10%만 철수=3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들로부터 적자점포 효율화 방안을 받아 앞으로 검사시 점검하기로 했다.

효율화 방안을 보면 올해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은행은 모두 286개 점포를 폐쇄 또는 축소ㆍ이전해야 한다.

은행들은 198개의 점포를 없애는 대신 119개의 점포를 새로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1년 반 동안 79개의 점포가 줄어든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통계를 보면 올해 6월 말을 기준으로 한 적자 점포는 전체 (7,704개)의 9.6%인 737개다. 적자점포 10곳 중 한 곳을 줄이는 셈이다.

그 밖에 88개의 점포는 임대료가 비싼 건물 1층에서 보다 싼 2층으로 옮기거나 도심지에서 외곽으로 이전하고 규모를 줄인다.

은행들은 적자 점포의 절반(361개)가량은 문을 연 지 3년이 안된 경우여서 폐점하지 않았다. 통상 점포 개설 후 3년이 지나야 손익분기점이 나온다는 것이 은행 판단이다. 또한 여신 부실로 적자를 보는 점포(208개)의 경우도 앞으로 상황에 따라 흑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봐서 제외했다.

결국 여신이든 수신이든 영업 자체가 안 되는 점포(80개) 수준에서 폐쇄하기로 했다.



은행별로 보면 외환은행 인수로 인해 중복점포가 생긴 하나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반면 소매영업에 강한 국민은행을 비롯해 농어촌 벽지에 소형 점포가 많은 농협은행은 점포 축소에 소극적이다. 상대적으로 점포 숫자가 적은 중소형 은행도 아직은 점포를 늘리려는 쪽에 가깝다.

◇달라지는 영업환경=은행들이 점포 줄이기에 주저하고 있지만 영업 환경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우선 점포를 이용하는 고객 자체가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 중 입출금 및 자금 이체 거래 기준으로 인터넷이나 텔레뱅킹, 자동화기기(ATM) 같은 비대면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88.4%에 달한다. 창구거래는 11.6%밖에 안 된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거래도 늘었다. 6월 말 현재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 수는 3,131만명에 이른다.

과거 개인 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은 과거 아파트 단지 등 집단 거주지의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했지만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상황이 달라졌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낮 시간대 직장 근처 은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영업 1위를 달성하던 남대문이나 동대문 근처 점포도 최근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서울의 마지막 개발지역인 강서 마곡지구의 아파트 단지나 산업공단, 혹은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세종시 등에 점포를 신설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 고객의 경우도 가입하기 위해 접근하기 쉬운 은행의 점포를 찾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라도 점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인 없는 은행이 원인=금융계에서는 근본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어려운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현실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주인 없는 은행에 정치권 입김으로 온 낙하산 행장이나 회장은 이를 반대하는 노조와 인력 구조조정과 복지 축소가 없다는 이면 합의를 해야 취임한다"면서 "정부 입장에서도 안정적으로 고액연봉을 받는 일자리인 은행원을 자르라고 하지 못하면서 점포 축소는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점포를 줄이는 은행들도 지점장을 제외한 직원들은 기존 점포에 흡수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은행 고객의 점포 이용이 줄어들고 은행 수익성이 줄어드는데도 점포를 줄이지 못한다면 은행 산업 전체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정도 단계적으로 적자 점포 감축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전세계적으로 추세가 변했기 때문에 은행들도 점포를 늘려 영업하는 과거 식의 사고를 바꾸게 될 것"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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