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은 가계부채 해법으로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설립을 공약했다.
국민행복기금은 금융회사 및 민간 자산관리회사가 보유한 신용회복 신청자의 연체채권을 사들여 채무를 낮추고 장기 분할을 유도하는 게 첫째 목표다. 일반 채무자에게는 50%, 기초수급자는 70%까지 원금과 이자를 줄여준다. 이에 더해 1인당 1,000만원 내에서 금리 20% 이상인 다중채무자(2곳 이상 금융기관 대출자)는 저금리 장기 상환으로 갈아타게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우선 떠오르는 의문점은 18조원에 이르는 재원이다.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3,000억원)과 차입금(7,000억원), 신용회복기금 잔액(8,700억원)을 합친 1조8,700억원을 종잣돈으로 삼아 18조원의 자금을 만들 수 있다는 계획이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ㆍ새누리당ㆍ금융위원회의 말을 종합하면 초기 출범에는 18조원보다 훨씬 적은 10조원 초반대 규모가 될 예정이다. 단번에 18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만들기가 어렵고 수요도 차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위 측이 밝힌 초기 자금 1조8,700억원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 중 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에서 남은 3,000억원은 현행법상 출연기관에 되돌려줘야 하므로 국민행복기금에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인수위 측은 자산관리공사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기금의 우선 목적이 국민행복기금으로 바뀌는 것이다.
또 인수위는 캠코의 신용회복기금 8,700억을 종잣돈으로 쓰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위는 실제 잔액은 5,500억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 측은 5,500억원은 현금성 자산만을 가리킨 것으로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추심하면 8,700억원을 채울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캠코는 민간 신용정보사에 채권추심 업무를 위탁하면서 불법ㆍ과잉추심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국회 관계자는 "캠코의 채권추심 능력이 법원보다 정교한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효과 없는 과잉추심이 발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실제 수요자가 많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나온다. 322만명의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가운데 지금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30~40%가량의 빚을 감면해주지만 2012년 신청자는 전체의 10%에 못 미친 25만여명 정도다. 정상적인 사회ㆍ경제생활이 어려워진다는 불안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수위는 유인책을 고심하고 있다.
반면 지금 고금리대출을 받고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는 대출사기도 등장하고 있다. 필요한 사람은 대출받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인수위 측 관계자는 "국민행복기금 수혜자는 엄격한 신용회복 프로그램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소지는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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