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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자율화 시기 아니다(사설)
입력1997-05-20 00:00:00
수정
1997.05.20 00:00:00
신한국당은 수도권의 주택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전용면적 25.7평(32평형)이상의 아파트에 대해 가격규제를 철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신한국당이 내세운 아파트값 자율화의 논거는 소득수준및 단독가구의 증가 등 사회 경제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또 주택시장 개방에 따른 경쟁력확보를 위해서도 자율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한국당은 이달중 재경원·건교부 등과 실무 당정협의를 갖고 이른 시일안에 자율화가 실시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침까지 세웠다는 것이다. 다분히 정치적인 행보다.아파트값 자율화는 우리나라 주택업계의 해묵은 숙원이다. 주택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현안이지만 이번에는 집권 여당에서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당정협의과정에서 어떤 결론이 도출될는지 주목되고 있다.
사실 주택값 규제는 자유경쟁 시장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을 수요와 공급의 시장 논리에 맡겨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정부가 이같은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강행해온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주택에 관한한 수요와 공급의 언밸런스 탓이다.
지난 3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보유율은 전국 평균 89%이다. 수도권만 떼내서 보면 79%에 불과하다. 주택보유율은 앞으로 단독가구의 급증과 대형 평수를 선호하는 중산층의 증대로 개선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사정이 더 나쁜 것은 도시의 경우 집을 지을 수 있는 택지가 거의 고갈 됐다는 점이다.
주택업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땅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주택다운 주택을 지을 수 없으며 이는 결국 부실공사의 요인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불황의 여파로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8만6천8백가구나 된다는 딱한 사정도 있다. 따라서 주택업계가 줄곧 호소해 오고 있는 아파트값 자율화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건교부가 규제하고 있는 수도권과 대전을 제외한 전국의 광역시는 물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철폐에는 신중한 판단이 요청된다. 특히 집값은 물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감안, 시기의 선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여러가지로 물가불안 요인이 많다.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아파트 시세는 오른 선에서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말이면 또 대통령선거가 있다. 과거의 예에서 보듯 선거때는 물가가 항상 오른다. 이같은 불안요인을 앞두고 아파트값 규제를 철폐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속에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아파트값을 자율화 할 시기가 아니다. 경제가 정치에 밀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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