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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래 스스로 망치는…' 해외서도 비아냥
[정치가 변해야 경제가 산다] 기업 때리기는 마녀사냥"한국기업 위협하는 적은 내부에 있다" 해외언론도 비아냥정치권, 당장 표심 얻으려고 출총제 등 규제법안 쏟아내국가경제 위축 부메랑 우려기업 비판 분위기 확산되면 브랜드 가치 추락 등 치명타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지난해 7월 열린 민주당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야권은 이 위원회를 통해 최근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순환출자 금지 및 지주회사 규제강화 ▦일감 몰아주기 근절 등 대기업 규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경제DB
"최근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세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한국 대기업 총수들의 표정은 불안하다."
최근 일본의 닛케이신문은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의외의 적(敵)'이라는 기사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불안의 근원은 도요타나 애플 등 외부의 경쟁자가 아니라 한국 내부에 있다"고 꼬집었다.
닛케이가 지목한 '의외의 적'이란 바로 요즘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재벌세 등 기업규제법안을 쏟아내며 경제의 발목잡기에 여념이 없는 한국의 정치권이다. 해외 언론의 입장에서 한국 정치권의 행태는 한국의 미래를 스스로 망치는 '자해행위'로 비쳐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빗나간 대기업 때리기는 결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와 한국 경제의 후퇴를 자초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막연히 재벌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인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마치 증오와 분노가 이성을 지배했던 시절의 '마녀사냥'과 같다"며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것은 국가 경제를 망치는 자해행위"라고 꼬집었다.
◇도를 넘어선 대기업 규제 공화국=최근 정치권이 내놓은 대기업 규제 정책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출총제다. 순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그룹 계열사의 출자한도를 순자산의 40%까지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출총제는 지난 1986년 처음 도입된 후 수차례에 걸친 개정과 폐지, 부활 등을 반복해오다 결국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2009년 폐지됐다.
하지만 정치권은 선거철이 다가오자 또다시 '출총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는다'는 규제 수단으로써 출총제의 상징성 때문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달 "출총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해 야당의 출총제 공세를 막아주리라 기대했던 경제계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치권이 출총제 부활을 주장하는 근거는 출총제 폐지 이후 대기업 계열사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 자산총액 5조원이 넘는 대기업 그룹 계열사는 2009년 1,137개에서 지난해 1,554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출총제를 부활시키더라도 결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2009년 폐지 전 순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은 10곳에 불과했고 LGㆍSKㆍGS그룹 등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신성장산업 등 국가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산업에 투자할 경우 이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주다 보니 한때 적용 대상의 60%가 제외된 적도 있다. 결국 원칙보다 예외가 더 많은 '누더기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의 출자를 획일적으로 총액을 정해 규제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출총제를 부활시키더라도 또다시 각종 예외규정이 더 많아지는 비정상적인 제도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은 한발 더 나아가 '재벌세' 도입까지 운운하고 있다. 재벌세는 대기업이 자회사에서 받은 주식 배당금을 소득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이중과세 논란을 낳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주식배당은 이미 법인세를 내고 남은 세후이익으로 이뤄지는데 이를 다시 소득에 포함시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올해부터 시행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비롯해 동반성장위원회가 밀어붙이고 있는 '협력이익배분제'와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도 과도한 규제 장치로 손꼽힌다.
◇이미지 훼손, 브랜드 가치 하락 우려=문제는 최근 정치권의 잇따른 대기업 규제 정책이 거꾸로 국가 경제를 위축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대기업 때리기가 지금 당장은 유권자의 표를 얻는 수단이 될지 몰라도 선거가 끝난 뒤에는 국가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특정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 확산이 이미지 훼손에 따른 기업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브랜드 가치 하락은 해외 무대에서의 경쟁력 약화라는 치명상을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대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성장모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특성상 대기업의 브랜드 가치 추락과 이에 따른 경쟁력 약화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대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은 외국인 투기세력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1999년 SK텔레콤과 2003년 SK㈜를 공격했던 타이거펀드와 소버린도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국은 주가를 끌어올려 각각 1조원의 차익만 남기고 떠나버렸다. 당시에도 우리 사회는 '경제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통한 재벌해체론이 급부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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