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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의 주례사
입력2002-05-20 00:00:00
수정
2002.05.20 00:00:00
얼마 전 살아생전에 딱 두번 하셨다는 성철 스님의 주례사라고 소개된 글을 e메일로 읽었다. 큰스님께서 주례를 하셨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사랑'과 '행복'을 연결시키는 통상적 주례사와는 다르게 젊은 세대의 결혼관을 비판하고 경고로 당부한다.
우선 큰스님은 '남녀가 선보고 배우자를 고르고 또 고르는 그 근본 심보는 덕 좀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고르고 골라 결혼해보니 덕은커녕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 때 다투고 싸우게 된다.
심지어는 혼숫감을 구하러 다니다가 싸우기까지 한다'고 비판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 덕 좀 보려고 골랐다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부터는 덕 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상대에게 덕 되는 일을 베풀겠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더욱이 '여기 앉아 있는 하객들 대부분이 덕 보려고 결혼했다가 후회하면서 사는 사람들이다'고 하며 하객들까지 꾸짖는다. 열쇠 세개를 가져야 좋은 배필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우리의 세태를 꼬집어주는 대목이다.
'덕 보려다가 손해를 보았다는 뒤틀린 심보'를 가지게 되면 좋은 자식을 보기는 틀린 일이라고 하면서 '부부가 그냥 더부덕덥덥한 상태에서 애를 잉태하게 되면 결코 좋은 아이를 만들 수 없다'고 단언한다.
어머니의 자궁은 오장육부와 연결돼 있어 어머니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짜증을 내면 오장육부가 긴장돼 그 안에 있는 애가 불안해지게 된다는 구체적 지적까지 한다.
그러기에 남편에게는 술주정하지 말라 하고 시어머니에게는 '좋은 손자를 보고 싶으면 며느리를 들볶지 말라'고 충고한다. 신랑신부에 대한 당부를 넘어서 하객ㆍ시어머니에게까지 일침을 가하고 있다.
또한 큰스님은 부부가 애를 낳은 이후부터는 자식 위주로 살고 있는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남편이 전근가면 무조건 따라가야 하고 아이의 학교는 열번 옮겨도 좋다'고 하며 아내와 남편이 우선이고, 두번째가 부모이고, 세번째가 자식임을 강조한다.
이 주례사는 언제 했는지 모르겠으나 요즘 아내가 자식을 데리고 해외로 나가고 남편 혼자 국내에 남아 오피스텔에 기거하면서 봉급을 몽땅 송금하고 있는 세태를 미리 예측하고 경고한 것 같다.
법창에 비치는 현실에서 자식교육을 핑계로 주말부부로 지내다가 파탄을 일으켜 이혼법정까지 오는 경우를 자주 볼 때 큰스님의 우려에 공감이 간다.
큰스님은 당신의 당부대로만 산다면 '돈 없어도 재미있고, 비 새는 집에 살아도 재미있고, 나물 먹고 물 마셔도 인생은 즐거워진다'고 단언하면서 그렇지 못하다면 '결혼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위 주례사가 정토법당의 법륜 스님의 말씀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황상현<변호사 볍무법인 세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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