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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서브프라임 부실과 신용카드 부실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만약 한국에서 발생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가정이기는 하나 아마도 연초에 부실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정부의 개입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관(官)은 치(治)를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게 당국의 정책관이고 정치권과 언론도 ‘정부는 뭐하고 있느냐’며 다그쳤을 게 분명하다. 지난 2002년 신용카드 부실 사태를 반추해볼 때 정부의 대책은 대략 이런 게 될 것 같다. 부실 모기지회사에 증자를 요구하고 만약 일정기간 내 증자하지 않으면 퇴출시킬 것이다.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기지 상환을 유예해주거나 이자 경감도 생각할 수 있다. 대신 부실 채권은 국책금융기관이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대출 기준을 좀더 엄격히 통제하고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의 신용카드 사태와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은 발생 원인과 경로가 너무나 엇비슷하고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파장까지 닮았다. 묻지마 대출과 신용카드를 남발한 금융기관, 빚 무서운 줄 모르는 금융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낳은 모럴헤저드가 결국 부실을 초래했다. 펀드런 등 신용경색으로 금융시장이 마비된 것이나 실물경제에 미친 충격도 엇비슷하다. 그러나 대처 방식은 큰 차이가 난다. 미 금융 당국은 미온대처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시장 개입에 소극적이다. 그나마 내놓은 대책도 화끈한 금리인하조치가 아니라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 게 전부다. 재무부 등 다른 금융 당국은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뒷북 대책을 내놓는 우리와는 달리 규제를 만드는 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출과 건전성 기준, 상품 운용 범위 등은 어디까지나 시장의 몫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모기지 채권을 국책금융기관이 더 많이 인수하도록 요청한 정치권의 압력을 재무부가 묵살한 것도 우리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대신 묻지마 대출을 서슴지 않은 모기지회사, 고수익을 좇아 모기지 파생상품에 손을 댄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는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데 따른 시장의 냉혹한 심판을 받고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를 지켜보면서 취약한 한국 금융시장의 현주소와 이에 따른 금융 당국의 잦은 시장 개입이 새삼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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