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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식 틀 깬 '파격 고교' 놀랍다

"과외 안 받고 대학 들어갔죠"… 공교육 롤모델 첫 열매<br>■ 하나고 1기 졸업식<br>문·이과 구분 없애고 운동·미술 등도 의무화… 지·덕·체 인재 길러내<br>"경비원·청소부아주머니… 모두가 고마운 분들이죠"

15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 하나고등학교에서 열린 하나고 제1회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후배들의 축하를 받으며 졸업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스파르타식 틀 깬 '파격 고교' 놀랍다
"과외 안 받고 대학 들어갔죠"… 공교육 롤모델 첫 열매■ 하나고 1기 졸업식문·이과 구분 없애고 운동·미술 등도 의무화… 지·덕·체 인재 길러내"경비원·청소부아주머니… 모두가 고마운 분들이죠"

박해욱기자 spooky@sed.co.kr













15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 하나고등학교에서 열린 하나고 제1회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후배들의 축하를 받으며 졸업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지난 2008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고등학교 건립 의사를 밝혔을 때 반응은 엇갈렸다. 학교운영 방식이 파격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없애고 학생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알아서 수강하게 했다. 하루에 두 시간씩은 체육과 음악ㆍ미술 중 하나씩 골라 총 두 가지의 비교과 활동을 의무적으로 수행하게 했다. 스파르타식 교육에 익숙한 학부모 사이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2010년에는 실제로 입학까지 해놓고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나왔다.

그로부터 3년 후 서울특별시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한 하나고 아트센터. 8명의 사물놀이패가 무대 위에 올랐다.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 수준은 훌륭했다. 공연에 임하는 자세만큼은 프로 그 자체였다. 객석은 환호했다. 카메라 플래시는 쉴 새 없이 터지고 학생과 학부모ㆍ교사들은 그렇게 하나가 됐다. 한바탕 축제를 연상케 했다.

15일 하나고에서 1기 졸업식이 진행됐다. 졸업식은 기본적으로 헤어짐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눈물로 점철되기 마련이다. 이날은 달랐다. 새로운 출발을 축복하는 기운이 넘쳐났다.

무대를 장식한 '아티스트들'은 선배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나온 하나고 재학생들이다. 무대 위에서 지난 2년간 틈틈이 연마했던 자신들의 장기를 뽐냈다. 하나고는 '체(體)ㆍ덕(德)ㆍ지(知)를 두루 갖춘 미래인재 양성'이라는 기치 아래 전교생에게 1인2기(1체육ㆍ1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공연이 끝나자 환한 미소의 졸업생들이 반별로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하나고 교사들과 초청인사들이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 기립박수는 200명의 학생들이 착석할 때까지 5분 동안 계속됐다.

학부모 정미숙(52)씨는 "사교육 없이 아이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게 현실에서 이뤄졌다"며 "아이가 학교에 있는 동안은 늘 행복해 했는데 하나고는 전인교육의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명이 어두워지자 하나고의 발자취를 담은 학교홍보 동영상이 상영됐다.



신송아(19ㆍ서울대 사회과학부 진학 예정)양은 "3년 동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기숙사 생활서부터 경비원 아저씨, 청소부 아주머니, 급식해주신 분들 모두가 다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주영(19ㆍ고려대 식품공학과 진학 예정)양은 "이과이지만 평소에 영어를 좋아해 영어강독 수업을 따로 신청해 공부했는데 이것은 하나고에만 가능한 일"이라며 "가족과 같았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가장 아쉽다"고 전했다.

뒤이어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이 무대에 올랐다. 학생들은 함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먼저 김 이사장은 학생들에게 가르쳐준 선생님들에게 감사를 표해줄 것을 권했다. 200명의 졸업생들은 또 한번의 박수를 보냈다.

김 이사장은 일주일에 두세 차례는 반드시 하나고로 '등교'한다. 600명 재학생의 개개인 성적과 가정환경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을 정도다. 김 이사장은 1년 전 진행된 퇴임식에서 처음 입학한 아이들이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꼭 보고 싶다고 했다. 이날 졸업식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이사장은 "아이들에게 의무적으로 운동을 시키고 음악교육을 시킨다는 것에 반발해 학생들이 학교를 떠날 때가 가장 아쉬웠다"며 "선생님들이 이끌어주는 대로 따라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또 "명문대학에 몇 명의 학생을 보냈는지보다는 아이들에게 체력과 덕성을 함께 길러줬다는 게 중요하다"며 "하나고는 공교육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나고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학생 자체 선발권을 가진 자율형사립고다. 올해 1기 졸업생을 배출하는 신생고지만 짧은 기간 공교육계의 롤모델로 부상하며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다수의 졸업생이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외 명문대에 진학했다. 지난해 12월7일에는 서울대 수시모집 최종합격 명단에 43명의 이름을 올리며 대원외고(39명), 대일외고(31명)를 넘어섰다. 또 고려대 42명, 연세대 18명 등 서울ㆍ고ㆍ연대 등 'SKY' 합격자가 106명에 달했다. 교훈은 '세계가 나를 키운다. 내가 세계를 키운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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