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십자각] 山寺에서 들리는 소리

『시계도 없고 라디오도 들을 수 없다. 비로서 시간 밖에서 살 수 있게됐다. 끼니를 챙기고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온 후에라야 잠자리에 든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먹고 자고 움직이니 마음이 넉넉해지고 태평해진다.』요즘 베스트셀러 1~2위를 다투는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의 한토막이다. 자연의 이치에 충실하고 욕심을 버리는 이야기를 담은 「오두막 편지」가 새 밀레니엄의 요란스런 축포 속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적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요즘 출판사들은 그 어느때보다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걸핏하면 종이 책이 없어질 것이라는 협박 아닌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때마침 증권가와 테헤란로에 돈바람이 신나게 불고 있으니 사람들이 어찌 책을 읽을 여유가 있겠는가. IMF(국제통화기금) 한파로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된 사람들이 속출한 탓인지 사람들이 가난하다는 것의 아픔을 더욱 뼈저리게 깨닫게 된 것 같다. 마치 한국전쟁을 한 번 더 치룬 것처럼. 아직 확인된 시점은 아니면서도 무슨 무슨 벤처신화를 자랑하면서 말 그대로 떼돈을 번 신흥부자들이 도처에 널려있고, 세상이 참으로 수상쩍게 변화하고 있으니 별다른 재주가 없는 사람들은 복권에 운명을 맡기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 베스트셀러 동향을 보면 무척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발견된다. 우스개 소리로 『머리를 밀어낸 사람들이 쓴 책만 팔린다』는 말이 돌고 있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는 물론 미국인 현각 스님의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동자승의 모습을 한 원성 스님의 「풍경」이 그렇고, 요즘 방송에 머리를 완전히 밀어낸 모습으로 노자와 불교를 강의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김용옥씨의 책들이 또한 그렇다. 0과 1의 기호로만 움직이는 디지털 시대가 요란스럽고 도처에 돈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상황에서 출판계는 전체적으로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판매순위 윗자리에는 욕심을 버리고 순리에 충실하라는 얘기들이 잘 팔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뒤에는 「나는 사이버투자로 16억원을 벌었다」는 식의 한 몫 잡는 요령을 가르치는 책들도 서성이고 있지만, 소위 「머리를 밀어낸 사람들」의 책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몇해전 일본경제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최고 경영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경영서가 아닌 「신의 지문」이라는 책이 꼽혔다. 신비주의적 관점에서 지구 문명의 유구한 선사(先史)를 탐구한 책이 하루하루 거친 환경에서 싸우고 있는 최고 경영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돈바람이 거세고 경쟁이 치열할 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어쩐지 허전해질수도 있고, 해서 산사나 역사 저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귀울리는 모양이다. 그 곳에서는 이런 말들이 들려오고 있다. 『소욕지족(小慾知足), 작은 것과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크고 많은 것을 채울 수 없다.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삶의 향기가 깃들어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