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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디지털 교육 성공 교사에 달렸다


지난 1월 애플이 디지털 교과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교육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누구나 짐작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일찍부터 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온 우리 교육업계도 이 같은 교육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의 교과서 시장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디지털 교과서 시장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 교과서 가격은 70~100달러 안팎으로 매우 비싸 개인이 구매하기 쉽지 않다.

시설투자만으로 디지털 수업 안돼

또 주정부 자산이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만 볼 수 있고 학기가 끝나면 반납해야 한다. 교과서에 메모를 하거나 표지에 자기 이름을 쓰지 못한다. 따라서 태블릿PC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교과서 가격 자율화의 원년인 올해 일정 부분 가격이 인상되겠지만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태블릿PC를 통한 디지털 교과서가 보급되면 학생들에게 인터넷 중독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어린 학생들의 정서다. 종이책은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기에 좋고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준다. 하지만 태블릿PC는 상상력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손쉽게 검색해 정해진 답만 얻으려는 경향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학생들이 현재보다 더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로 고통 받을 수 있다.



최근 우리 교육업계는 학생들의 사고력 계발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스마트 교육 등 교육정책의 핵심이 창의적 사고력 증진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과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가장 큰 교육정책의 변화 중 하나다. 디지털 교과서, 스마트 교육 등의 핵심은 사고력 증진인데 잘못된 디지털 교과서의 방향은 사고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교육의 본질적인 관점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바라봐야 한다. 오랜 기간 교사 커뮤니티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디지털 교과서의 장점은 단순히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의 변화만이 아니다. 디지털 교과서는 지식을 담아 전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한정된 종이책에 비해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자료를 담아 활용할 수 있고, 텍스트 내용을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의 이해를 확장할 수 있다. 교사 입장에서는 개개인이 작성한 수업 히스토리가 디지털화돼 보관ㆍ저장할 수 있고, 수업 자료를 통해 수업연구실을 운영할 수 있으며, 다른 교사들과 수업 자료를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수업혁신 기반이 조성되면 공교육이 강화되고 사교육비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행정업무 줄이고 역량개발 지원을

그러나 과거 정보통신기술(ICT) 활용교육의 또 다른 전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많은 재정을 투입해 시설을 갖췄더라도 교사의 철학과 역량에 따라 각각의 교실 모습은 너무도 다른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컴퓨터를 통해 클릭만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주도로 학생들의 참여와 소통이 왕성하게 이뤄지는 수업이 꾸려져야 한다. 이는 교사가 수업 준비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업무 경감, 개개인의 철학과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체계가 선행돼야 가능한 일이다.

교사가 주도하는 수업, 즉 학생과 소통하는 수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열정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 교육은 자연스럽게, 그리고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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