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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안 속 평온한 도쿄, 서울이라면


16일 오후 1시 전후, 기자가 들른 도쿄 유라쿠초(有樂町)에 코트라가 입주해 있는 건물이 흔들렸다. 흔들림은 10분 후 또다시 이어졌다. 전날 저녁에도 도쿄에 지진이 발생해 흔들리는 스튜디오에서 할 말을 잃은 아나운서의 얼굴을 TV 생중계로 볼 수 있었다. 언뜻 평온을 되찾은 것으로 보이는 도쿄에서의 삶이 언제든지 돌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순간들이었다. 지금 도쿄는 조용하면서도 짙은 불안에 휩싸여 있다. 명동 같은 번화가인 신주쿠는 저녁에도 한산했으며 신주쿠역 바로 앞의 한 백화점은 언제 다시 연다는 공지도 없이 지난 15일부터 휴점 상태다. 대신 지하철역에만 서둘러 귀가하려는 인파로 북적이고 이었다. TV 뉴스에서는 사흘째 계속되는 계획정전 일정을 자막으로 내보내고 있다. 생수나 기저귀 등을 찾아볼 수 없는 대형 잡화점과 편의점 등은 조명을 절반만 켠 채 영업 중이다. 주택가는 장을 봐가는 부부가 눈에 띄는 등 평온한 모습이었지만 불안이 일상화된 탓일 뿐 정말 분위기가 진정된 것은 아니었다. 재일교포를 포함한 도쿄 외국인 사회도 마찬가지다. 어느 외국인 부모가 자녀들의 방학을 맞아 잠시 고향에 보내기만 해도"저 나라 대사관에서 전면 소개령을 내렸더라"는 헛소문이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은 조용했다. 지하철이 늦으면 역무원들은 거듭해서'죄송하다'는 안내방송을 내보냈고 시민들은 책을 읽었다. 사재기라고 해도 소란스럽지 않았다. TV 뉴스는 최대한 절제된 화면만 방송했다. 이런 도쿄에 머물면서 끊임없이 드는 생각은'서울이라면 어땠을까'였다. 아마 사재기는 고성과 몸싸움을 동반하고 헛소문은 온라인의'키보드 워리어'들을 거쳐 열 배, 스무 배는 불어나지 않았을까. 계획정전은 항의하는 이들 때문에 무산되거나 계획 없이 주먹구구 식으로 실시돼 불편이 배로 커지지 않았을까. 이번 지진은 예상하지 못한 재앙에 선진국도 얼마나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하지만 그 와중에 선진국의 저력이 얼마나 훌륭하게 빛날 수 있는지 보여줬다. 한국으로서는 일단 일본을 돕는 게 급선무지만 우리가 뭘 배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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