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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앞길 막막" 버티기로 인사적체 심화

시중銀 희망퇴직 예상보다 저조<br>승진 가능성 낮고 보이지 않는 압박 부담 불구<br>불황에 신청자 줄어… 시중銀 "군살빼기 차질"


올해로 입행 20년 차인 이동건(51)씨. 이씨는 최근 은행이 실시한 희망퇴직을 고심 끝에 포기하기로 했다. '항아리형' 조직구조의 최전선에 위치한 이씨는 승진할 가능성도 낮고 조직의 '보이지 않는 압박'도 부담스러웠지만 막상 은행을 떠나려니 앞날이 막막했다. 자기 장사를 하기에는 경기가 좋지 않고 아이들은 대학교에조차 입학하지도 못했다. 결국 이씨는 다음번 희망퇴직 때까지 은행에 남기로 했다.

희망퇴직을 통해 군살을 빼려던 은행들의 시도가 난관에 부딪혔다. 희망퇴직 참여도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 탓이다. 시중은행들은 이번 기회에 조직 슬림화를 이끌겠다는 입장이지만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부지점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했지만 신청 인원은 250여명에 그쳤다. 이는 2009년 희망퇴직 당시 600여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당초 예상됐던 300여명에도 미달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009년에는 전행원이 대상이었고 이번에는 부지점장급 이상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수평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 정도 수준으로는 인사적체를 해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국민은행은 13일 임금피크제 대상인 50대 이상 직원 130여명을 대상으로 '특별 준정년 퇴직'을 실시했지만 신청 인원은 47명에 불과했다. 특히 이번 특별 퇴직의 경우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예년보다 보상 규모를 확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기대치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체감경기가 나쁜데 선뜻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고 "더구나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나간 선배 중 성공사례가 많지 않은 점도 보이지 않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현상은 은행권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경우 적지 않은 보상금을 내걸고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직원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삼성카드의 경우 목표인원은 150명이었지만 실제 희망퇴직 인원은 3분의2인 100여명에 그쳤다.



이를 대하는 은행들의 시선은 편치 않다. 희망퇴직이라는 카드를 소진한 이상 몸집을 줄이기 위해 선택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단을 꾸려 인사이동을 하기에는 이슈가 변변하지 않고 노조가 두 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어 강제발령 등의 조치도 감행할 수 없다.

잠재적인 희망퇴직 수요를 안고 있는 은행들 역시 처지가 다르지 않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올 4~5월께 협력업체 등에 입사하면 일정 기간 지원금을 주는 '전직 지원제'를 시행할 예정이며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의 합병이 이뤄지면 인사적체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어 이를 해결해야 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금융사 중 예상을 웃도는 결과가 나온 곳은 스탠다드차타드(SC)가 유일한데 보상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고 총파업 와중이었다는 특수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내 금융사가 보상 정도를 강화해 퇴직 참여도를 높이기에는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은행권 전체 직원(임원 제외)은 9만7,826명으로 이 중 과장급 이상 책임자가 5만9,660명, 대리급 이하 일반행원이 3만9,166명이다. 비율로 따지면 60대40으로 전형적인 인사적체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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