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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 영웅전] 취향의 카드

제1보(1~14)



반포동 권갑룡도장에서 함께 자란 이세돌과 최철한은 상대방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둘이 똑같이 난투가 주특기였는데 이세돌은 싸움의 단서를 포착하는 감각이 뛰어났고 최철한은 유망한 싸움으로 유도하는 요령에 밝았다. 두 사람은 라이벌 의식이 강했고 상대방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 편이었다. 2003년 LG배 결승5번기에서 이세돌이 이창호를 3대1로 꺾고 처음으로 세계챔피언에 올랐을때 명예와 상금은 이세돌이 가져갔지만 옆에서 구경하던 최철한도 매우 소중한 것을 얻어냈다. 그것은 자기도 이창호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유쾌한 예감이었다. 그 예감은 2년 후에 국수전에서 사실로 확인된다. 한편 2005년도 국수전에서 최철한이 이창호를 멋지게 꺾으면서 새로운 국수에 올랐을 때 이세돌 역시 2년 전의 최철한처럼 유쾌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이창호를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이 생긴 것이었다. 그런데 GS칼텍스배에서 맞닥뜨린 이세돌과 최철한은 비로소 새로운 상황을 인식하게 된다. 이제 진정한 상대는 이창호가 아니라 반포동에서 함께 자라난 동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사력을 다해 싸웠다. 5번기의 제1국을 완패한 최철한은 제2국에서 기량의 전부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집 패배였다. 제3국은 다시 최철한의 흑번. 최철한이 5로 굳히자 이세돌도 6으로 굳혔다. ‘뭐야. 세돌이형답지 않군. 나더러 먼저 취향의 카드를 꺼내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기꺼이 꺼내봐야지’ 이렇게 생각한 최철한은 흑11에 철썩 갖다붙였다. 좌상귀에 백의 굳힘이 있는 상황에서는 잘 쓰지 않는 수법이지만 최철한은 심중에 하나의 아주 특별한 그림 하나를 그려놓고 있었다. 참고도의 흑1 이하 9가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이세돌이 백14를 들고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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