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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수상회'로 4년만에 컴백 강제규 감독, "내 시나리오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 이번에 바뀌었죠"

다른 작가 이야기로 처음 연출… 그동안 밝은 영화에 대한 동경

내 상황과도 많이 닮아 이끌려


지금이야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탄생시킨 흥행 감독으로 더 유명하지만 사실 강제규 감독(53·사진)이 이름을 떨친 건 시나리오 작가로서가 먼저였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게임의 법칙' 등 한국영화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이야기들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데뷔작부터 연출했던 영화들 역시 모두 직접 각본 작업을 했다. 그래서 조금은 의외였다. 다소 흥행에 부진했던 '마이웨이' 이후 4년 만의 복귀작으로 다른 사람이 창조해낸 이야기를 택했다는 것이. 절치부심, 보란 듯 놀라운 이야기로 돌아오리라 기대했는데 말이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제규 감독 스스로도 "사실 남의 이야기로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충동이 잘 생기진 않는다"고 말했다. 9일 개봉한 감독의 새 영화 '장수상회'의 시나리오는 이상현 작가가 썼고 감독은 투자배급사인 CJ E&M으로부터 이 이야기의 연출을 제안받아 영화에 참여했다.

"내 이야기가 아니면 어딘가 어색하고 감정 이입이 잘 안 된다고 해야 할까요.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닌데 길렀다고 해서 내 자식이 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 작업을 해보니 알겠더라구요. '기른 정'만으로도 충분히 애정과 애착을 가질 수 있구나(웃음)"

영화에 뭔가 특별한 점이 있었던 건 아닐까. 감독은 "시나리오 자체가 손댈 것 없이 훌륭했다"고 즉답했다. 아울러 자신이 지금 처한 상황과 비슷한 점이 많아 이야기가 좀 더 와 닿았을지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수상회'는 까칠한 70대 연애 초보 성칠(박근형 분)과 그의 마음을 흔드는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 분)의 황혼 로맨스를 그리는 영화다. 봄기운 물씬 풍기는 이 사랑의 장벽은 단 하나. 두 주인공의 노쇠한 육체. 감독은 "나도 어머니를 암으로 보내고 86세 아버지가 수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다. 이야기를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내 상황과 참 닮아서 좀 더 교감했던 것 같다"고 했다.



밝고 행복한(?) 영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욕망도 감독이 '장수상회'를 택한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쉬리'부터 '마이웨이'까지 이어진 작업을 돌아보며 "영화를 찍었다기보다 전쟁터에서 굴렀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기억을 떠올리는 감독의 표정은 조금 지쳐 보이기까지 했다.

"야전 잠바 입고 마스크 쓰고 얼굴에 온통 묻은 검댕을 매일 30분씩 시간이 걸려 지워야 하는 생활을 너무 오래 한 거죠. 현장에 가보면 아무리 가짜라곤 하지만 시체들이 막 널려 있고 다루는 주제도 너무 무겁고. 그래서 아마 조금 다른 정서나 다른 느낌, 조금은 덜 치열한 이야기에 대한 동경이 조금씩 쌓였던 것 같기도 해요"

당분간 감독의 목표는 좀 더 자주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다. 곧 190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차기작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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