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2년 현대증권의 투자은행(IB)부문이 크게 무너지자 지난해 소병운 IB부문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며 재기에 나섰지만 매각 이슈가 재차 불거지면서 좀처럼 옛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IPO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도 현대증권의 부진이 아쉽다"고 전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18일 이틀 간 진행된 현대드림투게더제2호스팩의 청약 경쟁률이 0.903대1로 미달됐다. 지난 10월 현대증권이 상장 주관을 맡았던 현대에이블1호스팩(0.49대1)에 이어 두 번째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올 들어 청약이 미달 된 스팩은 총 6개로 이 중 현대증권이 주관한 것이 2개다.
일반 청약이 미달되더라도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추가 청약을 받아 물량을 배정하면 되기 때문에 상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 년 전만 해도 IPO시장에서 우리투자증권(005940)·한국투자증권·KDB대우증권(006800)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현대증권 입장에선 불명예스러운 결과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유안타1호스팩(62.6대1)·IBK제2호스팩(60대1)·케이티비스팩1호(39대1)·하이스팩2호(20대1) 등이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친 점은 뼈 아프다는 지적이다.
스팩은 물론 일반 IPO 시장에서도 현대증권의 위세가 크게 위축됐다. 올 들어 BGF리테일, 삼성SDS, 제일모직 등 대어들이 연이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지만, 현대증권은 공동 주관사는 물론 공모 인수단에도 끼질 못했다. 현대증권이 부진한 사이 한국투자증권(삼성SDS), KDB대우증권(제일모직), 삼성증권(016360)(BGF리테일) 등 경쟁사들은 굵직한 기업들의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매각과 합병 문제로 IPO시장에서 다소 주춤했던 우리투자증권도 내년에 LIG넥스원과 이노션의 상장 주관을 맡으며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현대증권이 올 들어 지금까지 상장시킨 일반기업은 화인베스틸과 한국정보인증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태양광 인버터 전문업체 다쓰테크가 돌연 상장 심사를 철회해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을 추진하는 대기업이 대표 주관사나 공동주관사를 정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이 증권사의 트랙 레코드"라면서 "현대증권은 최근 매각 이슈 등으로 외형을 넓히는데 한계가 있어 각종 굵직한 딜에서 제외되면서 앞으로도 실적 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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