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에 상장된 외국계 기업들이 외국인 대주주의 지분 현황을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거나 늑장신고 함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국내 유일의 미국계 상장사인 뉴프라이드(Reg.S)의 외국인 지분율이 기존 0%에서 하루 아침에 48.05%로 늘어났다. 미국 국적의 지배주주 에드워드 김이 보유한 지분이 5일에서야 외국인 지분으로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탓이다. 이 회사가 지난 4월21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점을 감안하면 상장 후 100일 이상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최대주주의 지분이 외국인지분으로 분류된 셈이다.
외국계 상장사가 외국인 대주주 지분을 늑장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15개 외국계 상장사 중 최대주주가 국내 소속인 2곳과 상장일부터 외국인 지분이 제대로 신고된 3노드디지탈, 웨이포트를 제외한 11곳이 늑장신고를 하거나, 아직까지도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해 9월 연합과기가 상장 후 10개월 만에 최대주주의 지분을 외국인지분으로 신고한 것을 비롯해 총 8개 기업이 증시 상장 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금융당국에 신고를 마쳤다. 이들 기업의 경우 명목상 단 1거래일 만에 많게는 70% 이상 외국인 지분이 늘어난 결과를 초래해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대다수의 외국계 상장업체들이 수급 상황에 민감한 중소형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더욱이 동아체육용품유한공사, 차이나하오란, 화풍집단 등 3곳은 아직도 최대주주 지분을 외국인 지분으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실제 외국인 지분율은 기업공시를 통해 드러난 것만 35~60%에 이르지만 대주주들이 아직 외국인으로 신고가 안 된 탓에 이들 기업의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0.97%, 2.24%, 5.92%에 불과하다. 특히 화풍집단의 경우는 상장된 지 벌써 3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중국인인 최대주주의 지분이 외국인 지분으로 분류 되지 않고 있다.
외국계 상장사들의 대주주 지분이 제때 외국인 지분으로 신고되지 않는 이유는 이에 대한 대리 신고 업무를 맡고 있는 국내 회계법인이나 증권사가 기업공개나 상장 당시 관련 의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관련 의무가 법률이 아닌 금융투자업 규정 시행세칙에 명시돼 있어 이를 어긴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는 ‘구두 주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각 기업별 담당 대리인들이 기업 공모ㆍ상장시 외국인 지분 신고에 대한 의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앞으로 해당 기업이나 담당 증권사에 더욱 적극적으로 신고를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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